‘중도통합론’으로 분당 위기까지 갔던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정책연대를 먼저 추진한 뒤 가능하다면 선거연대까지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선(先) 정책연대 후(後) 선거연대’는 앞서 ‘중도보수통합론’으로 1차 내홍을 겪던 지난달 말 국정감사 때 나온 안(案)이다. 통합론을 정리하지 않고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다.

사실상 호남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반발이 거세자 안철수 대표가 타협을 본 셈이다.

그러나 안 대표는 통합론을 관철하기 위해 설득 작업을 이어간다는 입장인 반면 호남계는 별도 조직을 구성해 안 대표를 저지하겠다며 맞서고 있어 내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당은 21일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등 당 정체성과 향후 진로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의총은 예정시간을 넘겨 5시간 동안 끝장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경진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작년 겨울 탄핵 때 보여준 행동을 보면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정책연대 등을 통해 바른정당과 신뢰를 구축한 뒤 구축된 신뢰를 기반으로 선거연대 등 진전된 논의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이 만든 소중한 다당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통합 논의가 당의 분열 원인이 돼서는 안 된다는 데 의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며 “이번 논의에도 불구하고 당이 화합해 나가기로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서는 친안계와 호남계가 팽팽히 맞서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호남계는 안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 삼았고 일부는 안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황주홍 의원은 “이런 문제를 일으킨 것에 대표 책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통합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건 구태의연한 정치 공학”이라고 말한 유성엽 의원은 기자들에게 “(안 대표에게) 당을 잘못 이끈 부분을 지적하면서 사퇴를 권고한 분도 있다”며 의총장 분위기를 전했다.

정동영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가 통합을 추진하면 우리는 ‘평화개혁연대’를 통해 당을 지키겠다”고 경고했다. 정 의원은 의총장에서 “통합은 죽는 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안 대표는 당내 분위기를 지켜보며 통합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를 치르는 입장에서 (바른정당과) 통합되는 것이 시너지가 가장 많이 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우리 당의 가장 중요한 당원인 의원부터 당외위원장, 당원들까지 골고루 폭넓게 의견수렴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계속 (연대·통합)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며 “이제 어떤 쪽으로 공론화가 진행될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 대표는 호남계가 지적한 거짓말과 소통 부재에 대해 “자신의 불찰”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