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규 엠디뮨 대표
암세포만을 정확하고 강력하게 공격하는 항암제는 혁신적 암 치료제를 연구개발 중인 모든 제약사들의 목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항암제들은 정상세포의 특징을 교묘히 흉내내는 암세포의 영리함을 당해내지 못했다. 항암제의 암세포 소멸 효과가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정상세포 또한 파괴돼 환자의 고통이 강해지는 부작용을 완벽하게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엠디뮨은 암세포에 정확히 도달하게끔 하는 차세대 약물전달기술 ‘엑소좀(Exosome)’을 활용해 기존 항암제들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3년차 바이오벤처기업이다.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나노사이즈 소포(小胞)체로 우리 몸속 세포 간의 정보 전달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배신규 엠디뮨 대표는 “엑소좀의 정보전달 기능을 활용할 경우 항암물질이 암세포에만 정확히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해 정상세포를 파괴하는 부작용은 줄이는 동시에 항암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며 “실제 유방암·난소암 등 다양한 암종에 사용되던 항암물질 독소루비신을 엑소좀으로 봉합해 만든 ‘BNS-Dox’ 항암제의 경우 기존 대비 용량을 20분의 1로 줄여도 기존과 유사한 항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이 같은 엑소좀의 특성을 빗대 회사의 원천기술에 ‘바이오드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드론처럼 정확한 지점에 약물을 전달하겠다는 의미다.
엑소좀의 효능에 주목한 곳들은 많았지만 국내에서 상업화에 나선 기업은 사실상 엠디뮨이 유일하다. 해외에서도 엑소좀을 활용해 신약 개발에 나선 기업은 최근에서야 등장했다. 몸속 세포가 분비하는 자연 엑소좀의 양이 너무 적은 것이 걸림돌로 작용한 탓이다. 배 대표는 “세포에서 직접 압출하는 방식으로 자연분비보다 100배 많은 인공 엑소좀을 제작해 문제를 해결했다”며 “코디악 바이오사이언스와 이복스테라퓨틱스 등 미국 벤처기업들이 최근에서야 엑소좀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에 비해 한발 빨리 움직인 상황”이라며 웃었다.
엠디뮨이 고안한 엑소좀 기반 항암기술은 여러 항암물질과 의약품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라는 점에서 더 큰 가능성을 품고 있다. 배 대표는 “엑소좀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현존하는 사실상 모든 항암제의 전달력을 높이는 동시에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예컨대 효과는 뛰어나지만 독성이 너무 강해 사람에게 쓸 수 없었던 기존 항암물질들을 다시 신약으로 개발하는 작업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엠디뮨은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 외부 협력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중이다. 서울아산병원과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와 간암 치료제를 공동 연구개발 중이며 서울삼성병원 난치암 사업단과도 뇌종양 치료제 개발 공동연구 협약을 추진 중이다. 배 대표는 “항암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플랫폼을 우리가 제공하고 외부에서 신약 개발을 진행하는 ‘PIDO(Platform In Development Out)’ 모델을 엠디뮨의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배신규 엠디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