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여의도동 한양아파트가 주민 설문조사를 통해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 1975년에 입주한 588가구 규모의 한양아파트는 올 초 안전진단을 통과했으며 이번에 사업 방식을 결정지었다. 이로써 시범아파트(한국자산신탁), 수정아파트(한국자산신탁), 공작아파트(KB부동산신탁), 대교아파트(KB부동산신탁) 등에 이어 여의도 아파트지구에서 신탁 방식 재건축을 선택한 곳이 추가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의도에 신탁 바람이 확산되는 것은 시범아파트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총 1,790가구 규모로 여의도 아파트지구의 대표 격으로 불리는 시범아파트는 지난해부터 선제적으로 신탁 방식 재건축을 도입한 뒤 현재 사업에 진척을 보이고 있다. 인근 중소형 단지들도 이에 영향을 받아 잇따라 신탁 방식을 선택했다. 시범아파트는 현재 정비사업위원회(신탁 재건축 추진단체)가 시공사 선정을 위해 주민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남권에서 신탁사를 대하는 표정은 이와 사뭇 다르다. 강남권에서 신탁 방식 도입을 추진하며 업계의 관심을 받았던 주요 단지들에서 주민 간 내부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 4차(1,360가구)’와 강동구 명일동의 ‘삼익그린 2차(2,400가구)’다. 신반포 4차는 최근 한 신탁사를 예비시행자로 결정하려던 주민총회가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삼익그린 2차도 조합 방식을 지지하는 주민들이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앞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도 신탁 방식을 주장하는 주민들이 있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정비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은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확실히 보장된 곳”이라면서 “그런 곳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탁 방식을 주도적으로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신탁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게 신탁 재건축을 반대하는 이들의 가장 큰 이유다. 통상 신탁 수수료는 분양수입(매출)의 4%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 단지의 경우 신탁 수수료만 4억원짜리 아파트 100채 값인 4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면서 “강남권에서 이렇게 많은 비용을 신탁사에 지불해가면서 재건축을 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비싼 수수료 때문에 신탁 재건축의 추가 확장세가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조합 관계자는 “여의도 일부 주민들은 신탁 방식 반대를 위해 강남으로 조언을 구하러 다닌다”면서 “여의도에서도 신탁사가 재건축 사업을 완성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