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르 따라 지하로 내려가는 샤넬·맥·아르마니

신세계 강남점 시코르 대히트에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앞다퉈 벤치마킹
셀프바, 덕후 마케팅 등 전개

럭셔리 화장품 코너는 어느 백화점에나 1층에만 위치하는 게 불문율이다. 화려한 이미지로 고객들의 시선과 발걸음을 붙들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세계(004170)백화점 강남점에서는 그 공식이 깨지고 있다. 신세계의 화장품 편집매장인 시코르가 지하에서 젊은층에게 대히트를 치자 샤넬·맥·아르마니 등 글로벌 최고급 브랜드들까지 줄줄이 지하로 내려가는 것.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24일 맥을 시작으로 12월15일 샤넬, 1월 중순엔 아르마니가 지하 1층 파미에스트리트에 새 매장을 연다고 22일 밝혔다. 화장품 럭셔리 브랜드가 백화점 지하에 매장을 내는 것은 국내 최초다.

이미 1층에 본 매장이 있는 이들이 지하 1층에도 매장을 또 내는 이유는 시코르의 성공 때문이다. 올 5월 강남점 지하 파미에스트리트에 문을 연 화장품 편집매장 시코르는 백화점을 떠났던 20~30 여성들을 불러오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최초로 국내외 스트리트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은 파미에스트리트와 시코르 매장의 시너지 효과가 만만찮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곳 시코르는 ‘코덕(코스메틱 덕후·화장품을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들의 놀이터’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코르 도입 이후 강남점 20대 화장품 매출 비중은 7.1%에서 11.8%까지 뛰었고, 30대 비중도 26.9%에서 31.4%로 5%포인트 늘었다. 특유의 고급 이미지로 젊은층과는 거리가 멀었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입장에서 이미지를 해치지 않고 신규 고객을 창출하는 데 시코르의 전략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샤넬과 맥은 1층에 본 매장을 두되, 지하 1층에서는 젊은 층에 맞는 새로운 콘셉트 매장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샤넬은 시코르의 가장 큰 특징인 ‘메이크업 셀프바’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매장처럼 직원이 좇아다니며 추천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편안한 자유롭게 제품을 발라보고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샤넬은 지하 1층 사업성을 검토하기 위해 시코르 매장 근처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맥은 시코르의 ‘코덕 마케팅’을 적극 차용키로 했다. 23일부터 프리 오픈 이벤트를 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등에서 인기가 많은 유명인을 초청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매년 2~3회씩 코덕들을 불러 신제품 프리뷰와 론칭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영섭 신세계백화점 해외잡화담당 상무는 “‘시코르 효과’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그간 온라인과 로드샵에 밀렸던 백화점 화장품 장르가 시코르를 통해 매출이 늘었다”며 “지하 파미에스트리트에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까지 배치하면서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는 새로운 코스메틱존 생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넬 관계자는 “매장을 오픈하기 전 자투리 공간인 ‘스파이스 매장’을 팝업으로 배치한 결과 기존 타깃층인 30~40대가 아닌 20~30대 고객이 몰리는 것을 확인했다”며 “무엇보다 기존에 샤넬을 써본 적 없던 신규 구매 비중이 높아 시코르 근처에 새 매장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신세계 시코르에서 메이크업쇼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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