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현대차 노조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 일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1위를 다투는 두 업체의 이야기다. 노사가 합심해 회사를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하고 고용 유연성을 바탕으로 물량을 늘려 선두업체로 도약했다. 안타깝게도 세계 5위 문턱에 진입한 현대·기아나 국내 업계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모습이다. 한국식 노조 문화 때문이다.
한국 노조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매년 반복되는 임금 협상에 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사측은 외면한다. 노조는 파업을 하고 결국 원하는 것을 쟁취한다. 국내 차 업계 평균 연봉이 9,213만원으로 도요타(7,961만원)나 폭스바겐(8,040만원) 보다 많지만 차량 1대를 만드는 시간은 26.4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 보다 15% 더 걸린다. 고비용 저효율의 덫에 빠졌다.
한국식 노조는 노사 교섭력 불균형에서 시작됐다. 약자였던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1987년 노동법을 개정했다. 그리고 30년간 노동자 처우는 크게 개선됐지만 노조를 과잉 보호하는 노동법은 그대로다. 국내 노동법은 글로벌 기준과도 다르다.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이 대표적. 독일·미국·일본은 파업 시 대체 근로 제한 규정이 없다. 노조가 파업에 나서도 생산은 한다. 한국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투입이 불법이다. 노동자가 공장을 멈추고 파업에 나서면 막대한 손실을 봐야 한다. 노조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고 파업을 막아 공장을 세우지 않는 것이 손해를 덜 보는 길이다. 파업 의결도 쉽다. 독일은 전체 조합원의 4분의 3이, 미국은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지만 한국은 절반만 동의하면 된다.
임금·단체 협상의 짧은 주기도 문제다. 한국은 임협은 1년, 단협은 2년마다 한다. 독일·일본은 임협을 매년 하지만 단협은 3년에 한 번 한다. 미국은 임협과 단협 주기가 4년이다. 일본이 매년 임협을 하지만 상황은 다르다. 닛산이 대표적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3일만 교섭해 타결했다. 한국처럼 상급 단체의 가이드 라인을 따르거나 정치·사회적 이슈를 중심으로 한 파업도 없다. 2014년과 2016년은 요구액과 타결액이 같았고 요구액과 타결액 차이도 크지 않다. 임금 인상률은 1.8~3% 수준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년간 달라지지 않은 노동법을 개정해야 노사 교섭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선진국과 중국 등 개도국 사이에 낀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노동법 개정이 시급하지만, 노동계 여론을 의식해야 해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노사 관계 개선을 위한 공론화 위원회부터 만들자고 제언한다. 학계 전문가와 노동계 및 경영계 인사, 시민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논의부터 시작하는 것.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서 힘을 실으라고 조언했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한국 노사관계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의 추격에서 곧 따라잡힐 것”이라고 말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