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의 독특한 외관은 거대한 건물임에도 무겁지 않은 느낌을 주고, 복합 시설이 결합된 건축물의 의도를 잘드러낸다.
KTX동대구역이 위치한 동구는 대구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곳이었다. KTX역·지하철·고속버스·일반버스 등의 대중교통 노선이 교차하고는 있었지만 역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어 이용이 불편했다. 구심점이 없다 보니 상권의 활기도 떨어졌다. 이 같은 대구 구도심의 얼굴을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이하 신세계동대구센터)가 바꿨다. 2017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수상작인 신세계동대구센터는 그 자체로 웅장하고 세련된 위용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이 일대 개발의 촉매제로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작은 2000년대 말 정부가 추진한 국가기간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이었다. 흩어져 있는 교통결절점(공항·항만·철도·버스·지하철역) 중심으로 복합환승센터를 만들어 연계환승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도시재생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신세계동대구센터는 그중에서 처음 완공된 사례이면서 건축적·경제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은 건축물로 평가된다.
설계의 우선순위는 환승센터로서의 이용자 편의성 극대화였다. 환승 동선을 최대한 줄이고 이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무빙워크가 설치됐다.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 내 쇼핑시설 전경. 사업시행자인 신세계는 환승센터와 자연스럽게 연계한 대규모 상업시설을 배치했다.
■환승편의 극대화 한 설계
1~4층에 정류장 수직배치…이동거리 최소화
정차지역에 흡입장치 설치 배기가스 차단도
신세계동대구센터 설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점은 환승의 편리성, 이용자인 승객과 운전자들의 안전이다. 건축물이 고유의 목적에 기여하지 않고 멋만 부린다면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신세계동대구센터의 주(主)는 환승 시설이고 부(副)는 상업·문화 등의 환승지원 시설이다. 기본에 충실한 설계임은 건물 정면을 보면 알 수 있다. 건물 정중앙에 24시간 개방된 환승연결통로를 기점으로 오른쪽은 터미널동 왼쪽은 판매동이다. 1층의 절반을 수익성이 높은 상업시설이 아닌 환승편의를 위해 선뜻 내준 것이다.
환승 거리를 어떻게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줄이느냐가 설계의 제일 중요한 과제였다. 설계를 담당했던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는 기존에 산재해 있던 기존 동대구 KTX, 지하철역, 고속버스터미널, 일반시외버스 터미널을 어떻게 연결할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 주상선 해안건축사사무소 본부장은 “기존 국내 환승 센터의 평균 환승거리는 300m에 달한다. 그러나 일본이나 유럽의 선진 사례를 보면 평균 130~150m 이내에서 환승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우선 물리적인 거리를 줄이고 만약 그럴 수 없다면 무빙워크 등을 통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건물의 여러 층에 정류장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1층에는 도착역, 3층에는 고속터미널 승차역, 4층에는 일반시외버스 터미널 승차역 등이 위치한다.
버스가 램프를 이용해 건물 3~4층으로 이동하다 보니 먼지·소음·진동·사고위험 등 안전문제가 또 다른 설계의 화두였다. 특히 대형버스의 배기가스로 인한 실내공기 오염을 줄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주 본부장은 “우선 실내 대합실의 공기압을 높이도록 설계해 차량 배기가스가 실내에 못 들어오게 했고 이에 더해 정차지역에 추가로 흡입 장치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램프의 구조 역시 중요한 문제였다. 버스 운전기사들이 4층까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램프를 여유 있게 설계했다.
옥상에 쥬라지 테마파크와 공원을 배치해 시민들이 가족들과 함께 도시 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환승지 아닌 목적지가 되다가족 여행객 위해 대구지역 첫 수족관 조성
블록 쌓은듯 독특한 외관으로 시민에 인기
환승시설이 기능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그 외 시설은 시민들이 즐기고, 이용하고 생활하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이용자들이 빠져나가는 ‘환승지’가 아닌, 모일 수 있는 ‘목적지’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업시행자인 신세계는 대구에서 보기 드문 규모인 33만8,000㎡에 달하는 쇼핑몰과 백화점을 넣었다. 그러나 상업시설 외에도 수족관·영화관·문화홀 등 시민들이 모여들 수 있는 시설도 도입했다. 특히 대구에 없는 시설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수족관을 만들었다. 이는 국내에서 지상에 수족관이 있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독특한 외관은 이 같은 다양한 시설이 모여 있는 복합시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거대한 건물인 복합시설을 하나의 단일한 덩어리로 표현하지 않고 다른 재료의 여러 블록을 쌓은 듯한 모양으로 역동성을 꾀했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위원들은 “크고 긴 단일 매스의 위압감과 단조로움을 줄이고자 재료, 매스의 분절, 색채, 경관조명 등을 잘 사용한 점이 평가받을 만하다. 전체적인 시공의 완성도가 높고 디테일 처리가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광장 역시 주요 설계 포인트였다. 동대구역에서 환승센터로 연결되는 공간을 열린 공간으로 제공함으로써 향후 대규모 광장으로 탄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또 9층 옥상에 위치한 테마파크는 이곳을 방문하는 시민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며 팔공산 조망 등의 도시경관도 즐길 수 있도록 개방했다.
심정철 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위원장은 “대형 상업시설과 교통시설이 복합된 초대형 건축물의 합리적인 공간계획과 세련된 형태계획을 보여주고 높은 시공 품질에 따라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수준 높은 공간을 구현한 복합환승센터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배와 의자 형상을 닮은 외관은 유라릴 역세권의 상징이 되며 도시 이미지까지 제고시켰다.
홍콩 카오룽역일대 개발은 대규모의 고급 주거, 상업, 호텔 시설을 결합해 고밀도 역세권 개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해외 역세권 개발 모범사례는
쇠락한 佛 탄광촌 릴…유라릴 프로젝트로 화려한 부활
철학자들까지 참여 도시재생 힘모아
주변지역 사람들도 즐겨찾는 명소로
홍콩 카오룽 등도 벤치마킹 모델 꼽혀
역세권 개발의 국제적인 모범사례로 꼽히는 곳이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릴(Lille)시 역세권 개발사업인 유라릴(Euralille)이다.
한때 잘나갔던 탄광마을이던 릴은 석탄 산업 사양화로 지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과거 갖춰진 철도망 덕에 TGV와 유로스타 정차역이 들어서자 프랑스 정부는 1990년대 중반 역세권 개발을 시작했다. 프랑스 철도청뿐 아니라 릴시, 유명 건축가들, 심지어 철학자들까지 참여해 역세권 개발을 통한 도시재생에 힘을 모았다. 용적률·고도제한 등을 완화하고 공공과 민간이 합동으로 재원을 투자했다. 유로스타역과 TGV역, 그리고 버스정류장 등의 교통거점을 기반으로 쇼핑시설·레저·주거·콘서트홀·전시시설·공원까지 아우르는 복합시설을 계획했다. 특히 크리스티앙 포르장파르크, 렘 쿨하스, 장 누벨 등 쟁쟁한 건축가들이 참여해 독창적인 건축 디자인을 도입한 것이 유라릴 프로젝트의 가치를 높였다. 독특한 건축물은 예술작품과 같은 외관으로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며 주변 지역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역세권이 환승지가 아닌 목적지가 된 것이다.
일본·홍콩도 역세권 개발의 좋은 선례가 많다. 이들 역세권 개발에 빠지지 않는 것은 물 흐르듯 이용할 수 있도록 환승시설을 배치하면서 상업·주거·오피스 기능을 결합시키고 녹지나 문화시설까지도 고려한다는 점이다.
홍콩 카오룽역 역세권 개발은 공항선·간선버스·택시 등 각종 교통수단이 만나는 곳으로 주거시설·호텔·상업시설 등 대규모 개발이 이뤄졌다. 지하 2층에서 지상 2층까지 층층이 지하철·공항선역·버스역·주차장 등이 연속된 동선으로 한눈에 환승 체계를 알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일본의 경우는 도교의 시오도메역, 시나가와역, 그리고 시부야 등이 모범사례로 꼽힌다. 시부야의 경우 환승이 편리하도록 흩어져 있던 각종 철도와 버스 노선을 이용자들의 동선이 짧아지도록 정리했다.
시오도메역의 경우에도 세계적 건축가들이 참여한 대기업 사옥들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김현수 코레일 역세권개발처 차장은 “기존의 역세권 개발은 대중교통을 기반으로 해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게 보통이지만 이제는 역세권에 접근할 수 있는 보행을 중시한 녹지, 문화, 환경, 스마트한 개념까지 고려한 개발이 중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