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대그룹과 계열분리가 됐기 때문에 현대상선이 자생적으로 IT 역량을 키우는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현대유엔아이의 주식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해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매각 규모와 대상자·시기 등은 매각을 중개할 금융투자업체(IB)를 통해 논의할 계획이다.
현대유엔아이는 현대상선 등 물류기업에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대그룹 계열사다. 현정은 회장이 지분 64.2%로 최대주주이고 현대상선이 27.28%를 보유한 3대 주주다. 현대상선의 현대유엔아이 지분 매각은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현대그룹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의미도 있다. 현대그룹과의 연결고리가 사실상 비사업법인인 현대경제연구원만 남기 때문이다.
현대유엔아이는 현대그룹의 고(故) 정몽헌 전 회장과 현정은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전무가 사장실장으로 있다. 정 전무는 2004년 현대상선에 입사해 현대유엔아이로 자리를 옮겨 입사 3년 만에 전무에 올랐다. 차녀 정영이씨도 현대유엔아이에서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떠날 채비를 하면서 현대그룹의 3세 경영도 비상이 걸렸다. 현대유엔아이는 지난해 매출액 1,081억원 가운데 그룹사 등 내부거래가 504억원(46.6%)에 달한다. 전체 매출 가운데 현대상선만 294억원(27.2%)이다. 현대유엔아이는 현대증권도 KB증권으로 넘어가면서 경영실적이 좋지 않다. 2015년(52억원)과 지난해(44억원)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최대 거래처인 현대상선이 IT 서비스에서 독립할 경우 전체 매출의 30%가량이 사라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유엔아이의 최근 실적악화도 현대상선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 지난해 공적자금을 받으며 경영정상화의 기회를 얻은 현대상선이 현대유엔아이에 주는 IT 서비스 비용을 낮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공정위가 내부거래 관행을 질타하는 상황에서 산은 산하에 있는 현대상선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대유엔아이도 생존을 위해서 다른 거래선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