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서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디아나 담라우의 첫 내한공연 무대. /사진제공=코리아아트컴퍼니
이미 한 차례 앙코르 곡을 불렀지만 객석의 박수갈채는 끊이지 않았다. 이 시대 최고의 오페라 디바 디아나 담라우(46)가 다시 무대에 등장, 마지막 앙코르곡의 첫 소절을 시작하던 찰나, 객석에선 탄식이 쏟아졌다. 첫 소절은 이랬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처음으로 한국 팬들을 만난 여왕의 마지막 선물은 작곡가 故 김성태의 가곡 ‘동심초’였다. 담라우의 동심초는 특유의 극적인 연기력이 더해져 더욱 애절하고 뜨거웠다. 노래가 끝나자 1층과 합창석, 2~3층까지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21일 서울 서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진 ‘21세기 최고의 소프라노’ 담라우는 100분간 앙코르곡을 포함, 7곡을 소화하며 특유의 벨칸토 창법은 물론 화려한 무대 매너까지 뽐냈다.
G#6까지 넓은 음역대를 소화하는 담라우에게 많은 팬들은 청아한 고음을 기대했으나 이날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진 않았다. 그러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담라우의 목소리는 윤기가 흘렀고 완벽한 고음에 능수능란한 무대 매너까지 더해져 관객들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12세 때 오페라 영화 ‘라 트라비아타’에서 여주인공 비올레타의 아리아에 빠져들며 오페라 가수가 되기로 결심한 담라우답게 마지막곡은 ‘라트라비아타’의 ‘아! 그이인가’였다. 완벽한 고음을 소화하면서도 삶의 환희를 표현할 때는 오페라색 드레스를 나부끼며 춤을 췄고 절망을 표현할 때는 지휘단 난간을 붙잡고 가슴을 움켜쥐었다.
벨리니의 오페라 ‘카풀레티 가문과 몬테키 가문’ 중 ‘오, 몇 번인가(O Quante volte)’에서는 화려한 고음의 카덴차(즉흥적이고 화려한 기교)를 선사하며 객석을 녹였고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에 등장하는 로지나의 아리아 ‘방금 들린 그대 목소리’에서는 넓은 음역 폭을 선보이며 특유의 여유로운 음색과 구슬처럼 맑고 우아한 초절기교를 뽐냈다.
이날은 베이스바리톤이자 담라우의 남편인 니콜라 테스테가 함께 무대에 섰다. 1부 마지막 곡 벨리니의 오페라 ‘청교도’의 ‘사랑하는 작은아버지, 제 또 다른 아버지(O amato zio, o mio secondo padre)’를 함께 부른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무대 곳곳을 누비며 여유를 부렸다. 특히 테스테의 굵직하고 안정적인 목소리가 담라우의 압도적인 고음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담라우가 ‘동심초’를 부를 때는 무대를 떠나지 않은 채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