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차산업' 진출 몸사리는 답답한 현실

국내 기업 가운데 신사업에 진출하는 곳이 전체의 1.9%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이 상용근로자 50인 이상 1만2,47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 기업은 239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존 주력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바꾼 기업도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


우리 산업계가 신사업 진출에 몸을 사리는 것은 미래 성장동력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 뛰어든 기업이 81곳으로 전체의 0.65%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나마 진출기업도 바이오나 빅데이터 수준에 머무를 뿐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차 같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분야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의 현실안주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도 문제다. 매출은 4년째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 채 비용축소에 주력하며 이윤을 남기는 데만 급급한 실정이다. 이런 축소지향의 경영구조로 앞선 글로벌 경쟁기업을 따라잡기는 요원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얼마 전 정부에 제출한 정책 제안서에서 “우리 경제가 현상유지에만 급급하고 미래를 보는 안목이 없다”고 우려했다. 경제주체들이 갈 길을 찾지 못한 채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 투자위축으로 골머리를 썩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규제를 없애고 투자를 독려하는 정책에 따라 엇갈릴 뿐이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AI 국가대표드림팀을 구성해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 키우겠다고 나섰다. 일본에서는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대기업의 법인세를 감면해주겠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말로만 4차 산업혁명을 외칠 뿐 매일같이 기업을 옥죄는 규제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언제까지 정부와 손발을 맞춰 신사업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을 부러워해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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