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알렉산더 AIIB 부총재 /사진=주한영국대사관 제공
대니 알렉산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는 22일 “AIIB는 아시아뿐 아니라 전 대륙에 걸친 국가들의 번영을 목표로 한다”며 “현 단계에서 북한의 가입이나 북한에 대한 투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AIIB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의 주도로 설립된 은행이다.
알렉산더 부총재는 이날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와 법에 의한 국제체제: 리더십과 이해(RUBIS·루비스)’ 콘퍼런스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WB와 ADB 회원국이 아닌 북한은 AIIB 가입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비회원국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회원국들 사이에서 굉장히 높은 수준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더 부총재는 AIIB를 중국 중심의 지역주의 맥락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중국이 AIIB의 최대 출자국이기는 하지만 AIIB의 의사결정은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rule-based) 이뤄진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 대해 “아시아를 잇는 것은 중국뿐 아니라 다른 많은 아시아 국가의 관심사이기도 하다”며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의 국가들이 경제적 이득을 위해 AIIB에 참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IB에 가입하지 않은 일본을 향해서는 언제든지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부총재는 “일본은 아시아의 중요 국가이고 가입을 원한다면 언제든 환영한다”며 “다만 결정은 일본이 할 일”이라고 밝혔다. 연말에는 더 많은 국가가 AIIB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알렉산더 부총재는 AIIB 내 한국의 영향력이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이 AIIB 부총재로 선임됐으나 4개월 만에 물러나며 한국의 국익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는 전후 유엔 원조국에서 다른 국가의 인프라에 투자하는 주요 국가로 성장한 한국을 “(개발은행이) 지속적인 투자와 집중을 통해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위대한 사례”로 소개했다.
한편 아시아에서 루비스 콘퍼런스가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는 “한국과 같은 영향력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국제 규칙에 기반한 미래 질서를 구체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