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사판' 첫방] 잃어버린 '공감+개연성'…법드 '이판사판'에 던져진 과제

/사진=SBS ‘이판사판’ 방송화면
국내 최초로 법원과 판사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 ‘이판사판’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신선한 소재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을 것 같았던 예상과는 달리,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들만 가득 남겼다.

22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이판사판’에서는 과거의 한 사건을 중심으로 서로 얽히게 된 이정주(박은빈 분)과 사의현(연우진 빈)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이정주는 법원으로 향하던 중 중요한 사건 기록이 담긴 가방을 소매치기 당했고, 이를 목격한 판사 사의현은 소매지기를 뒤쫓아 그의 기록을 찾았다. 사의현은 가방에 든 사원증을 보고 이정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정주는 이미 재판에 들어간 후였다.

결국 이정주는 가방을 찾지 못한 채 재판에 들어갔다. 기록 없이 재판을 진행하게 됐다는 초조함도 잠시, 아동 성폭행범 김주형(배유람 분)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뻔뻔하게 “성교육을 했을 뿐이다”고 주장하는 모습에 그는 “쓰레기만도 못한 씨 발라먹을 놈아”라고 소리지르며 흥분했다. 결국 재판은 휴정됐고, 급기야 이정주의 재판 난동 모습 동영상까지 인터넷에 일파만파 퍼져 논란이 됐다.

사의현 역시 장순복 절도사건 재판에 참석했다. 피고석에 자리한 장순복은 “절도에 대한 죄는 달게 받겠다. 하지만 이 자리에 서기 위해 일부러 물건을 훔쳤다. 전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고, 끝내 ‘나의 무죄는 당신들의 유죄다’라는 혈흔 메시지를 남기며 자해 소동까지 벌였다. 이 모습을 본 사의현과 검사 도한준(동하 분)은 사건에 의구심을 품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정주는 다시 김주형 연쇄아동강간 재판에 들어갔다. 김주형은 흉기로 법원 직원을 위협하며 이정주와의 독대를 요청했고, 이정주는 법정 안의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유일한 인질이 됐다.

김주형은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진술서를 불태우라고 강요했고, 이를 이정주가 거절하자 “벗을래? 태울래?”라며 그를 강간하려 했다. 그 순간 사의현이 법정에 들어왔고, 세 사람 사이의 대립각이 형성되며, 이후 전개에 궁금증을 낳았다.


/사진=SBS ‘이판사판’ 방송화면
‘이판사판’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이판사와 사판사가 주인공인 대한민국 최초의 법원드라마로, 판사 드라마로 오빠의 비밀을 밝히려는 법원의 자타공인 꼴통 판사 이정주와 그에게 휘말리게 된 엘리트 판사 사의현의 정의 찾기 프로젝트를 다룬다.

기존에도 주인공의 직업이 검사나 변호사거나, 검사가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아내는 법정 드라마는 많았지만 법원을 중심으로 판사들과 법원 내 직원들의 삶을 세세하게 파헤친 스토리는 ‘이판사판’이 처음이다.

앞서 ‘이판사판’ 제작진은 “그동안 직업으로서만 다뤄져왔던 판사들의 인간적인 내면과 삶의 모습들을 다방면으로 그려낸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장점과 독창적인 특징을 갖춘 드라마가 될 것”이라며 자신했지만, 막상 방송에서는 독창성 보다는 개연성 없는 작위적인 설정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실제 재판에 참여하며 작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배우들의 노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그 가운데서도, 강간범의 인면수심 발언에 각종 욕을 퍼부으며 난동을 벌이는 이정주의 모습은 그야말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 이를 몰래 촬영한 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법원 내 부패한 수뇌부들의 표적이 된다는 설정은 어디에서도 공감대를 찾을 수 없었다.

‘이판사판’은 시종일관 코믹과 정극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B급 감성’ 개그 코드가 등장하는가 하면 권력과 암투, 비리로 점철된 사회의 이면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첫 방송에서만큼은 그 어느 쪽도 아우르지 못한 채, 모호한 정체성만 보여줬다.

물론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아직 사건에 대한 숨겨진 내막이 공개되지 않았고, 이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해관계도 드러나지 않았다. 여기에 중심인물인 네 남녀의 사각 로맨스도 곧 다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 모두를 아우르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공감이 필수적이다. 로맨스, 코믹, 스릴러 등 지금처럼 어느 장르에서도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대책 없이 벌려 놓기만 하는 인상은 자칫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이제 막 첫 발을 뗀 ‘이판사판’에게 많은 과제들이 던져진 순간이다.

한편 ‘이판사판’은 서인 작가와 SBS ‘퍽’ 연출, ‘초인가족’을 공동 연출한 이광영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매주 월, 화 밤 10시 SBS TV에서 방송된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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