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금융, 해외 인프라 1.3조 발빠른 투자

은행·운용사 실탄 보태고 증권은 대상 물색 '협치' 강화
자본 탄탄하고 계열사 협의 빨라
북미 부동산·LNG 수출터미널 등
수천억규모 투자 프로젝트 가동
브룩필드와 1,420억 펀드 조성도

NH금융그룹이 올해만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해외 인프라 투자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인프라 건설 확대 방침에 맞춰 북미의 인프라 전문 운용사와 손잡고 셰일가스 수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실행하는 속도도 빠르다. 업계에서는 자산 300조원 규모의 NH금융지주를 주축으로 은행·자산운용 등 계열사가 투자금을 보태고 NH투자증권(005940)이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등 협치가 강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금융그룹은 부동산·인프라 투자에 특화된 브룩필드운용사를 통해 약 1,420억원의 블라인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자금을 모음)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지난 1899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브룩필드는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를 2조5,500억원에 인수할 때 NH금융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7,000억원을 대출해주면서 거래한 바 있다.

브룩필드는 펀드와 별개로 NH투자증권에 미국 텍사스주 남부의 항만도시인 코퍼스크리스티에 짓는 셰일 유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 건설 투자를 알선했다. 이를 통해 NH투자증권은 330억원 규모의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 투자를 확정했다. 코퍼스크리스티 LNG 수출 터미널은 총 건설 투자액만 7조7,000억원 규모로 트럼프 정부가 최근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셰일가스 투자 전진기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도 한중일 각국에 셰일가스 수출 다짐을 받아내는 등 역점사업으로 다루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오는 2019년 1·4분기 완공일까지 자금을 대면서 연 9%대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코퍼스크리스티시가 있는 텍사스주 걸프만은 SK E&S 등이 LNG 액화설비와 수출항만 등을 장기 임대하고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하면서 국내 에너지 업계에는 익숙한 지역이다.

NH금융그룹은 올해 김용환 금융지주 회장이 계열사 간 협업을 강조하면서 주요 기관투자가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해외 대체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이 자금을 대고 NH아문디자산운용이 운용하는 3,000억원의 인프라 투자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고 개별 프로젝트별로 투자한 규모만 1조원에 달한다.

NH금융그룹의 투자가 발 빠를 수 있는 것은 ‘자기 돈’으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IB나 자산운용사는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가의 돈을 우선 받는 앵커 투자자를 물색한 뒤 나머지 투자자를 모아 자금을 운용한다. 이 경우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를 실행하는 데 절차가 복잡하고 중간에 조건이 안 맞아 틀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반면 NH금융그룹은 NH투자증권이 투자 대상을 선정해 사전 검토를 한 뒤 중앙회·은행 등 계열사 간 협의로 결정하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이라도 빠르게 투입할 수 있다. 브룩필드자산운용도 이 같은 점 때문에 자신이 투자한 에너지 회사가 주도하는 LNG 터미널 투자 건을 NH그룹에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NH금융그룹은 북미 인프라 자산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했다. 메타우먼 가스발전소(1,100억원), 크리켓밸리 에너지센터(2,340억원), 스테이트 스트리트 빌딩(1,150억원)을 집행했다. 수익률이 15% 이상이지만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지분 투자보다는 9%대인 메자닌이나 4~5%대의 선순위·중순위 대출 위주로 투자한다. 에너지 중에서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보다 가스나 화력·송유관 등 전통적인 에너지 자산과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투자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정부 리스크가 낮은 북미 지역을 선호하고 기후나 정책의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전통적 에너지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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