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류머티즘 관절염 진단을 받은 A(45)씨. 몇 달 전부터 계단을 오르내릴 때 관절통증 외에도 숨이 차기 시작했다. 다니는 병원의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는 폐 합병증이라고 했다. 10년 전 류머티즘 관절염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온 B(63)씨. 몇 차례 관절수술을 받았고 2~3년 전부터 불면증·우울증까지 겹쳐 삶의 의욕도, 입맛도 크게 떨어졌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이처럼 다양한 합병증의 원인이 된다. 대한류마티스학회가 전국 17개 병원의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88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53%(469명)가 고혈압(263명), 고지혈증(168명), 당뇨병(109명) 등을 함께 앓고 있었다. 이 중 동반질환이 2개 이상인 환자도 43%(202명)나 됐다. 불면증(95명), 우울증(48명)을 앓는 이들도 적지 않아 심리적·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질환이다 보니 관절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환자도 유병기간 7~10년에서는 18%, 10년 이상에서는 24%나 됐다.
이명수 원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동반질환이 있으면 없는 경우보다 사망 위험이 약 1.3배 높아지므로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의 종합적 치료가 필요하다”며 “우울증의 경우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기 때문에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기치료와 항체치료제의 등장으로 환자의 삶의 질이 상당히 개선됐지만 긴 유병기간, 관절의 변형·통증으로 생활에 곤란을 겪는 환자들도 많았다. 전체 환자 중 30%가량은 손 관절 등의 변형으로 노동력에 상당한 손실을 입어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환자의 40~50% 정도에서는 빈혈, 건조증후군, 말초신경의 염증 등 관절 외 증상도 나타난다. 눈·침샘의 기능 저하로 인한 결막염·구강건조증, 팔꿈치·발목 아킬레스 힘줄이 있는 피부 쪽에 멍울이 생기는 피하결절, 말초신경 염증으로 손가락이 저린 증상이 그 예다. 드물지만 늑막에 염증이 생겨 흉통이 오거나 숨이 찰 수도 있다.
어느 연령에서도 발병할 수 있지만 35~50세 사이에 흔하게 나타나며 남녀 비율은 1대3 정도로 여성에서 더 많다. 질병 발생 10년 정도 지나면 환자의 50%가 일상생활에 장애를 갖게 된다. 통증·피로감·우울 증상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심하게 앓을 경우 심혈관계 합병증 등 때문에 수명도 5년가량 단축된다.
송영욱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1~2년 안에 손가락 변형, 기능 저하 등 관절 손상이 온다”며 “증상이 생기고 6주 정도면 확실한 진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진단과 동시에 치료에 들어가야 연골 등의 파괴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 교수는 또 “류머티즘 관절염 자체의 염증이 동맥경화를 촉진해 심근경색·협심증·뇌졸중 등을 앞당기고 당뇨병·고혈압·비만·골다공증으로 이어지기 쉽다”며 “심뇌혈관·만성질환 예방을 위해서도 관절염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의 손
◇초기엔 손가락 가운데 마디 아프고 조조경직 심해=류머티즘 관절염을 조기에 진단·치료하기 위해서는 노인에게 흔한 퇴행성 관절염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초기에는 손가락 가운데 마디가 아픈 것으로 시작하는데 환자의 70% 이상에서 미열이 있거나 입맛이 떨어지고 피로감·전신쇠약감을 느끼는 등 전신 증상이 따라온다. 자고 일어났을 때 뻣뻣해져 움직이는 데 장애가 발생하는 조조(早朝)경직 증상이 대개 1시간 이상 지속되고 퇴행성에 비해 증상도 심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문 손잡이를 열 때, 옷을 입으면서 단추를 끼울 때 뻣뻣하거나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퇴행성 관절염은 손가락의 경우 끝 마디에 시작되고 전신 증상이 없다. 조조경직 증상이 상대적으로 가벼워 손가락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하면 보통 5~10분 안에 풀어진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