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신고등학교에서 잠일고, 창덕여고, 문현고 등 인근 학교 재학생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박진용기자
“좋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했어요. 내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일주일도 이젠 끝이네요”
재수생 정혜령(20) 양은 수능시험장에 들어서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시험을 앞두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이제 드디어 끝이라는 후련함 때문인지 옅은 미소를 말하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15시험장인 송파구에 소재한 잠신고등학교에서 만난 수험생들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고사장으로 향했다. 역사상 유례없던 1주일의 대기 시간 탓인지 상당수 학생들은 시험 성적 걱정보다는 ‘그동안 쌓아온 실력을 모두 쏟아 붓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올해로 세 번째 수능을 본다는 이 모(21)양은 “수능이 처음도 아니지만 막상 연기가 되니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 독서실에서 멍하니 있었던 시간이 많았다”며 “막상 수능 날이 다가오니 속은 어느 때보다 후련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신분증을 갖고 오지 않아 입실 마감 시간인 8시 10분까지 정문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학생도 있었다. 진 모(20)양은 “아침에 서둘러서 나오는 바람에 신분증 챙기는 것을 깜빡해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며 “일단 학교 사무실에서 팩스로 보내면 된다고 해서 마음은 놓인다”고 말했다.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힘찬 응원전을 펼친 잠일고 학생들이 수험생 입실이 모두 완료된 후에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진용기자
한편 영하에 가까운 매서운 추위 속에도 어느 때보다 맘고생 했을 선배들을 위해 열띤 응원전을 펼치는 학생들 역시 적지 않았다. 이날 잠신고에는 인근 지역의 잠일고, 창덕여고, 문현고 등에 재학 중인 학생들 100여명이 이른 아침부터 정문을 지키며 시험장에 들어서는 선배들이 나타날 때마다 힘찬 함성과 구호를 외쳤다. 일부 학부모들은 수험생 입실이 모두 완료된 후에도 한참동안 정문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기도 했다.
잠일고에 재학중인 이호승(17) 군은 “학생회를 비롯해 수능 응원을 자원한 학생들 약 50명이 오늘 응원에 참석했다”며 “학생회 학생들은 새벽 5시부터 정문에서 선배들을 기다렸다”고 밝혔다.
9시까지 시험장을 떠나지 않고 바라보고 있던 한 학부모는 “일주일 동안 아들이 공부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해 맘고생이 적지 않았다”며 “아들 생각을 하니 막상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