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4차 산업, 中에 뒤처졌는데도 무시…위기감 없는게 더 문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본지 인터뷰
韓, 中 기술 무시 현실인식 못해
AI·자율차·드론 등은 이미 추월
위기감 가지고 신사업 발굴해야
4차 혁명은 인재·자본이 핵심
공정경쟁으로 치열하게 승부를
스타트업 규제 없애 판 깔아줄것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23일 서울 광화문 KT 13층에 있는 4차산업혁명위 위원장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인터뷰를 갖고 “위기의식을 갖고 4차산업혁명을 본격 추진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반도체와 개별 기업 일부를 제외하고 중국이 전반적으로 4차산업혁명에서 한국보다 앞서 있습니다. 위기감을 느끼고 빨리 변하지 않으면 선진국 문턱에서 계속 미끄러질 것입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44) 위원장은 23일 광화문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중국이 우리를 추월할지 모른다고 하는데 실상 앞서 있는 게 많다. 스타트업도 그렇고 자본과 시장 크기도 대단하다. 지난 몇 년간 우리가 굉장히 뒤처진 게 맞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을 ‘떼놈’이라며 무시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현실 인식을 못하는 게 한국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라며 “중국은 시장도 크고 공산당 1당 독재 리더십이 있으며 돈 벌려는 사람들의 성공 의지도 강해 빨리빨리 열심히 한다”고 했다.

‘대구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컴퓨터과학과) 학·석·박사(수료)를 한 그는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으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블루홀의 최대주주다. 그의 지분가치만 1조원이 넘는데 4차산업혁명위원장 자리 이전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제의가 들어왔을 때 법적으로 지분을 모두 팔아야 해(백지신탁) 수락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3월부터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에 이어 최근에는 텐센트와 손잡고 중국 공략에도 나섰다.

하지만 그는 “게임조차 중국이 상당히 앞서 있어 굉장히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한두 개 게임이 행운으로 배틀그라운드처럼 잘될 수 있고 중국도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쪽으로 가니까 돈 벌 기회가 있지만 게임 업계가 위기의식을 가졌어야 하는데 실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죽했으면 스타트업에 해외 시장을 개척할 때 중국보다 오히려 동남아시아와 인도를 공략하라고 조언하겠느냐고 했다.


인공지능(AI)과 드론,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등 주요 신산업도 마찬가지로 중국에 뒤졌다는 것이 그의 문제의식이다. 장 위원장은 “알리바바가 광군제 날 엄청나게 물건을 팔 때 수억 개의 광고를 돌렸는데 AI로 했다”며 “드론도 산업용과 군용은 무궁무진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만 소비자용은 중국이 너무 무서워 안 하는 게 맞을 정도다. 거기에 돈 넣어 어느 세월에 하겠느냐”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4차산업혁명은 토지·자본·노동이 아니고 사람(인재)과 돈, 두 가지로 움직이는 경제 체제라며 패러다임 변화를 주창했다. 그는 “이제는 톱다운 방식이 잘 안 먹히는 시대라 ‘공정경쟁 제도를 만들어 한번 박 터지게 싸워봐라, 자금이 모자라면 지원하겠다’고 해야 경쟁력이 커진다”며 “문재인 정부가 공정경쟁과 규제혁신·혁신성장 지원에 나서는 게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싱크 빅 스타트 스몰(크게 생각하되 작게 시작하라)’이라며 4차산업혁명위가 교육혁명 등 광범위하게 접근하기보다 우선 단계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스마트시티를 출범했고 헬스케어특위도 곧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헬스케어는 인공지능까지 관여할 영역이 많고 보건복지부도 의지가 강하다”며 “‘의료 민영화는 안 된다’는 이분법적 논리로 너무 투자가 없었는데 앞으로 헬스케어에서 젊은이들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시티에 관해서도 “대통령 직속 기구니까 대통령 뜻에 따르는 게 맞지만 타당성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며 “(신도시에서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것의) 중요한 핵심 중 하나는 모든 컴포넌트(구성요소·부품)가 연결되고 빅데이터가 나오며 그것이 흘러다니고 AI가 분석, 처리해 밸류(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시티는 도심 재생과 투 트랙으로 가는 것인데 4차산업혁명위가 나서서 될 문제는 아니고 당정청이 빨리 합의해오는 게 맞는 것 같다. 그 안에 콘텐츠를 넣는 게 문제가 아니고 땅은 어디냐, 백지 상태에서 하느냐 등 표가 걸려 있어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빅데이터특위 얘기도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고 산업 단위로 봐야 해 스마트시티특위에서 다뤄도 된다고 덧붙였다. 로봇은 종류도 다양하고 논의를 정돈해볼 필요가 있고 인공지능도 차근 차근 추진하며 여러 부처에 걸려 있는 자율주행차도 조율에 나서겠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4차산업혁명위는 과학기술·사회제도 분과 등 여러 개가 있지만 부처에서 의지를 갖고 먼저 하는 것도 효과적”이라며 “스타트업이 뭘 하려고만 하면 ‘하지 말라’며 법적·제도적 장벽으로 막는데 나서서 정책적으로 조정해주고 판을 깔아주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한편 장 위원장은 최근 배틀그라운드의 중국 시장 공략과 관련, “자금과 제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굉장히 힘든 시간을 딛고 북미와 유럽에서 성장 중이고 중국에서 막 올라오고 있다”며 “배틀그라운드를 중국에서 유통하는 텐센트와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소개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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