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연합뉴스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군인을 살려낸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이 자신을 ‘연간 10억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이라며 비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센터장은 지난 9월 아주대 교수회가 발행하는 소식지 ‘탁류청론’ 50호에서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불러오는 조직원이었다. 무고했으나 죄인이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삭감할 만한 진료비를) 병원 보험심사팀에서 미리 경고했지만 사경을 헤매는 환자의 필수적 치료를 줄일 수는 없었다. 그건 줄여야 할 항목이 아니라 목숨을 살려낼 마지막 지푸라기였다”며 진료비 삭감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세계적으로 쓰이는 외상외과 교과서의 표준진료지침대로 치료했다는 내용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환자마다 쌓여가는 (진료비) 삭감 규모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도 이르렀다. 결국 나는 연간 10억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이 됐다”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병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의료행위·약제 급여기준을 벗어나 진료비를 청구하면 이를 삭감한다. 삭감분은 고스란히 병원 몫이 된다. 이 센터장은 2011년에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냈지만 아주대병원은 2억4,000만여원이 넘는 진료비를 받기 어렵다고 보고 대손상각 처리했다. 이번에 귀순한 북한 병사 진료비는 국방부가 통일부·국가정보원과 협의해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중외상센터 등 열악한 응급의료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는 17일 ‘권역외상센터(이국종 교수님) 추가적·제도적·환경적·인력지원’이라는 제목으로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제기, 동참자가 16만6,000명을 넘어섰다. 청원 작성자는 “환자를 치료할수록 병원의 적자가 증가하고 상부와 주위의 눈치를 봐야 한다”며 의료계의 참담한 현실을 개탄했다. 권역외상센터는 생명이 위독한 외상환자가 왔을 때 10분 안에 처치할 수 있도록 외상외과·신경외과·응급의학과 등으로 구성된 전문 외상팀이 365일 24시간 상주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7,000명이 넘는 병원의사들의 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전날 성명을 내 “과감한 치료가 필요한 응급의료에 삭감의 칼날을 들이대고 의사를 압박한다면 누가 환자 생명 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겠느냐”며 “응급외상센터에는 기존의 의료수가 체계와 다른 룰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