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국제업무지구 전경
포스코건설과 게일인터내셔널 간의 갈등으로 인천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대립이 극에 달하면서 오히려 협상테이블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포스코건설과 게일이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갈라서고 결국 사업이 무산되면 양측 모두에 손해이기 때문이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최근 송도 국제업무단지(IBD) 내 ‘패키지4’ B2블록(공동주택용지)을 공매를 통해 2,297억원에 시행사인 넥스플랜에 매각했다. 이 땅은 지난 6월 포스코건설이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의 대출금 약 3,600억원을 대위변제하면서 처분권을 확보한 부지다.
게일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부지 매각으로 개발이익을 실현할 수 없게 되는 등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포스코건설은 대위변제금 회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지 매각에 대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땅을 팔아버리면 시공권도 같이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에 포스코건설이 매각한 B2블록 시공권은 현대건설로 넘어갔다. 포스코건설은 패키지4의 공동주택 용지 F19·20·25블록에 대해서도 처분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게일과의 갈등이 끝내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나머지 부지도 매각하고 대위변제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보면 포스코건설과 게일 양측 모두 손해가 될 수 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포스코건설이 B2부지를 공매하면서 게일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며 “실제 포스코건설은 그간 계속해서 사업정상화를 원해왔지만 게일과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로 치킨게임을 벌이는 양상이 됐는데 이번 공매를 계기로 협상테이블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15년 7일 사업이 중단된 후 포스코건설은 사업 정상화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게일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편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포스코건설과 게일이 3대7의 비율로 출자한 합작회사 NSIC가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 배인 571만㎡ 규모의 국제업무단지를 조성하는 개발 사업이다. 2015년 미국 국세청이 스탠 게일 회장에게 송도 개발 이익에 대해 1,000억원대의 세금을 부과하면서 포스코건설과 게일 간의 갈등이 불거져 사업이 중단됐다. 당시 게일 회장은 NSIC에 부과되는 세금인 만큼 포스코건설이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포스코건설 측은 회장 개인 세금을 회사가 부담하면 배임이라며 반대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그 이후 게일 회장은 포스코건설과의 협상테이블에 얼굴조차 비추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