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열악한 외상응급센터 언제까지 방치해 둘건가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군인을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몸 담고 있는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이 교수가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열악한 외상센터의 실상을 밝히자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지원을 확대하자는 시민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불과 이틀 만에 10만명이 늘어나 정부가 공식 답변해야 하는 20만명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 교수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헬기 탈 사람이 없어 임신 6개월 된 간호사가 나간다”고 말해 외상센터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생명이 위독한 외상환자가 왔을 때 10분 이내에 처치할 수 있도록 응급 시스템을 갖춘 외상센터는 2011년 석해균 선장 사건을 계기로 전국에 권역별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365일 24시간 교대 체제로 근무하다 보니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의 기피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 교수가 오죽하면 “쉬고 싶지만 일할 사람이 없다”고 했을까 싶다. 높은 근무강도에 비해 보수가 높은 것도 아니다. 의료수가 역시 턱없이 낮아 환자가 많을수록 외상센터의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다. 정부가 당초 전국 16개 기관을 지정했지만 현재 9곳만 운영되는 연유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응급의료 관련 내년도 예산을 되레 삭감했다니 보건당국의 무신경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새해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이 6조5,788억원이나 대폭 늘어난 마당이다. 증액 예산 대부분을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아동수당 신설과 기초연금 인상 같은 복지지출에 우선 배분한 것은 문제가 있다. 응급·외상 외과 배정을 꺼리는 전공의를 유인하기 위한 전공의 수련보조 수당마저 삭감한 것은 도가 지나쳤다.

분초를 다투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권역외상센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외상응급진료 시스템 구축은 선·후진국을 가르는 잣대 중 하나다. 외상으로 인한 사망 가운데 적기 치료로 생존할 수 있는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은 35%에 이른다. 선진국 수준인 10%대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국민적 관심이 뜨거운 만큼 이번에는 예산 지원과 의료진 수급, 수가 등을 전면 재검토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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