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不1限' 압박...韓외교, 中에 말려드나

정부 "봉인" 주장과 달리
中 회담때마다 사드 언급
군사당국 회의까지 요구

중국이 한중 외교장관회담 이후 우리 정부에 ‘3불1한(三不一限)’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중 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협의로 문제를 봉인했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과 달리 중국은 고위급 회담 때마다 사드를 언급하고 있지만 우리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중국 논리에 말려드는 모양새다.

중국 환구시보는 지난 23일 한중 외교장관회담 이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의 3불1한 입장 표명을 언급했다”며 “1한은 이미 배치된 사드 시스템의 사용에 제한을 가해 중국의 전략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우리 정부 측에 사드 레이더 내 중국 방향 차단벽 설치, 사드에 대한 기술적 설명, 성주기지 현지조사 등을 요구했다는 주장 또한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24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차단벽 설치 등 사드 운용 제한과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사드 문제를 봉인했다’는 우리 주장과 달리 번번이 사드 문제를 언급하는 중국이 다음달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묻자 “외교적 조율이 더 필요한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중국은 10·31 한중협의에 언급된 ‘양국은 군사당국 간 채널을 통해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을 들어 군사회의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날 “지금까지 그와 관련해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이 우리 정부에 일대일로(一帶一路)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 점도 딜레마다. 표면적으로 일대일로는 경제권을 형성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미국을 견제하는 지정학적 전략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내놓은 ‘인도·태평양전략’과는 정반대 개념이다. 상충되는 두 개념 사이에서 참여를 압박받고 있는 우리 정부의 고민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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