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역으로 오프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실제 물건을 사고파는 주체는 언제나 ‘인간’이라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 때문에 온라인 유통시장이 날로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물건을 직접 만져보고 사람을 통해 제품의 특성을 확인하려는 수요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명제가 거대 기업 아마존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조금 더 인간적인 접근을 꾀하거나 강화하는 유통업체는 아마존만이 아니다. 지난 2015년만 해도 아마존의 공습으로 150개 매장 영업을 중단하며 온라인 강화에만 목을 맸던 월마트도 최근 오프라인 매장 강화를 병행하는 쪽으로 전략을 틀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마트는 최근 일부 식품과 가정용품의 온라인 판매가를 오프라인보다 높게 책정했다. 배송비를 고려할 때 온라인에서 수익성이 더 떨어지는 제품을 오프라인용으로 과감히 활용한 셈이다.
국내 유통·패션업계에서도 오프라인 채널의 재발견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싼 가격뿐 아니라 소통·경험 등 아날로그 감성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신세계(004170)그룹의 쇼핑몰 스타필드 프로젝트는 그 정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쇼핑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스포츠·스파·키즈 등 체험시설을 대폭 확충했다. 디지털 유통 세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거나 가족들과 추억을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을 노린 ‘신의 한 수’라는 분석이다. 신세계가 스타필드 전략을 들고 나올 때만 해도 일각에서는 아마존에 무너진 미국의 사례처럼 쇼핑몰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체험을 중시한 색다른 콘셉트를 적용한 스타필드는 개장 초기부터 수많은 인파를 끌어들이며 이제 신세계그룹의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오프라인 쇼핑몰도 새롭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자신감은 다른 유통시설에도 번지고 있다. 지난해 말 개장한 롯데몰 은평점 역시 키즈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중점으로 시설을 꾸렸고 여의도 IFC몰 또한 올 하반기부터 키즈카페 등 체험형 공간을 확충한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한섬(020000)의 잡화브랜드 ‘덱케’가 오프라인 채널을 강화한 대표 브랜드로 꼽힌다. 한섬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을 끌기 위해 올해 시그니처 제품의 온라인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온라인 전용 제품은 대중적인 이미지가 강해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밖에 쌤소나이트도 최근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에 국내 최대 규모이자 최초의 오프라인 여행 전문 쇼핑 공간 ‘Life’s @Journey(라이프 이즈 저니) 스토어’를 오픈했고 빈폴레이디스는 총 20개 백화점에서만 판매하는 오프라인 전용 ‘스튜디오 B’ 컬렉션을 내놓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온라인몰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옮긴 ‘코오롱몰 옴니센터’를 최근 개설했다. LG생활건강(051900)의 메이크업 브랜드 VDL은 고객의 피부를 기기로 측정해 가장 어울리는 색상을 추천하는 피부 테스트 기기를 매장에 도입하기도 했다.
최근의 오프라인 채널 강화 움직임은 온라인의 성장세를 보충하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온라인 채널 강화를 포기한 채 오프라인 위주 전략으로 완전히 돌아선 기업은 여전히 어디에도 없다는 게 그 실례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오프라인을 강화하는 기업 가운데는 가변성이 높은 온라인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업체나 애초 잘못된 전략 수립으로 온라인 경쟁력에 밀려나 할 수 없이 오프라인으로 되돌아온 회사도 많다”며 “그래도 오프라인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온·오프라인 채널을 병행하려는 시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신세계 스타필드 고양 외관.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쌤소나이트 라이프 이즈 저니 스토어./사진제공=쌤소나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