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전용 성인용품점인 플레저랩의 곽유라(29) 대표가 20대 중반 국내 성인용품점을 처음 방문하고 나서 느꼈던 감정은 ‘무섭다’ ‘어둡다’가 전부였다. 20대 초반 미국에서 봤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백화점처럼 밝은 매장에서 여성 스태프가 성 지식이나 관련 제품의 사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성인용품점은 국내에 없었다. 그가 ‘여성 친화적 성인용품점’을 국내 최초로 만들게 된 계기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 있는 성인용품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것이 대부분이었어요. 해외처럼 여성도 쉽게 갈 수 있는 성인용품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지난 2014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열었던 플레저랩의 첫 매장이 밝은 조명과 화사한 실내를 갖춘 이유에요.”
곽 대표가 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경험도 성인용품점 창업에 큰 영향을 줬다. 성병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생각보다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임상에서 보면 콘돔만 잘 사용했어도 성병을 예방할 수 있던 환자가 전체의 70%는 넘었어요. 건전한 성생활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 충격이었죠. 플레저랩을 만들면서 단순히 용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을 교육하는 데도 앞장서겠다고 결심한 데는 간호사로서의 경험이 컸던 셈이에요.”
|
고객의 70~80%는 여성이다. 처음 세운 전략이 먹힌 셈이다. 연령대는 다양하다. 20대 초반의 여성은 물론 70대 여성들도 매장을 방문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강남 신사동에 추가 매장을 낸 이후로는 해외 여행객들의 발길도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국내에서 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음성적이다. 성인용품을 해외에서 수입할 때 겪는 어려움만 봐도 알 수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심의하는 관세사에 따라 통관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곽 대표가 성과 관련된 교육을 진행하려는 것은 그런 부정적인 시선을 바꾸기 위함이다.
“매장을 추가로 열고 10명 정도인 직원을 더 채용하는 동시에 교육 사업도 활발히 전개해나갈 생각이에요. 안전하고 건강한 성관계를 위한 세미나 등을 계획하고 있죠. 언젠가 국내에서도 터놓고 성을 논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