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같은 빌딩 투자 호황기도 서서히 저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주택에 이어 상업용 부동산도 대출 조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이미 관련 시장에서는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매매가 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 빈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중개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장진택 리맥스코리아 이사는 “매도자들이 가격을 조정하려는 의사가 전혀 없는 반면 매수 희망자들은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강해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강남구 역삼동·신사동 등 인기 지역의 꼬마 빌딩은 시장에 나오기 무섭게 팔려나갔으나 지금은 수개월 동안 매물로 나와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빌딩 거래 전문 업체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10월 중소형 빌딩 거래량은 총 89건으로 전월 대비 31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에 따라 앞으로는 대출 이자뿐 아니라 원리금 일부도 함께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투기성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건물이나 상가 매수자들은 원리금 상환이 아닌 이자 상환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리얼티코리아는 “임대소득이나 그 외에 자금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대출 원리금 상환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건물을 매입하더라도 대출 원리금 상환이 가능한 예산 범위에서 투자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출 축소뿐 아니라 금리 상승세 역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를 누리기 위해 빌딩이나 상가 매입 시 매매 가격의 최소 30%, 최대 60%까지 대출을 끼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임대수익률이 3~4%대로 낮다 하더라도 대출 금리는 이보다 더 낮았기 때문에 건물 가격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무위험 수익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코앞으로 다가온 금리 인상 때문에 빚내서 빌딩 투자를 하는 수요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빌딩 수익률과 대출이자 역전 현상이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서는 나타날 수 있다.
장 이사는 “이미 중소형 빌딩 시장은 지난 몇 년간 호황기를 누리면서 손바뀜이 한번 일어났고 수요자들도 너무 가격이 올랐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 수요가 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대출 심사 시 임대수입에 대한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수익성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센터장은 “임대수익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가와 그렇지 않은 상가의 양극화가 예상된다”며 “수익성이 떨어지는 꼬마 빌딩은 매물이 쌓일 수 있는 반면 임대수익이 나오는 상가의 인기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