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최고봉 화산인 아궁 폭발로 화산재가 대기로 퍼지자 아궁 화산에서 23㎞ 떨어진 카랑가셈 시내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시민들에게 일회용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 /발리=EPA연합뉴스
지난 50여년 동안 잠잠했던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최고봉인 아궁 화산이 잇따라 분화하면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치솟는 화산재로 인도네시아 당국은 화산 인근 상공의 항공운항 경보를 최고단계인 ‘적색’으로 격상했으며 국내에서는 여행객들의 취소나 환불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6시20분께 아궁 화산이 분화해 분화구 상공 4,000m까지 화산재를 뿜어 올렸다. 지난 21일에 이어 전날에도 분화해 화산재와 수증기를 분출한 후 이날 오전에만도 세 차례의 분화가 이어졌다. 화산재는 현재 바람을 따라 롬복 섬과 플로레스제도가 있는 동남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이 3,142m에 달하는 아궁 화산은 1963년 대규모 분화를 일으켜 당시 화산 인근 주민 1,100명이 숨졌다. 이후 50여년 동안 화산활동이 중단됐지만 올 하반기 들어 분화 조짐을 보이면서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이 9월22일 경보단계를 최고인 ‘위험’으로 상향하고 주변 주민을 대피시킨 바 있다. 이후 화산활동이 잦아들자 경보단계를 ‘심각’으로 한 단계 낮췄지만 아직도 2만5,000명에 달하는 주민은 귀가하지 못한 채 대피소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이날 화산 인근 마을에 마스크를 배포하고 분화구 반경 6∼7.5㎞의 위험구역에 남은 주민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분화구에서 58㎞가량 떨어져 있는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은 정상운영 중이지만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PVMBG)는 아궁 화산 인근 상공의 항공운항 경보단계를 ‘주황색’에서 최고단계인 ‘적색’으로 한 단계 올렸다. 적색경보는 화산재를 동반한 분출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거나 진행 중일 때 내려진다. PVMBG 관계자는 “이전까지와 달리 25∼26일 발생한 분화는 마그마 분출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후 대규모 분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화산 분화에 외국 항공사들이 발리 항공편을 자체적으로 취소하면서 25일 밤 기준 약 2,000명의 여행객이 공항에 발이 묶였다. 이날 대한항공·젯스타 등 일부 항공사가 발리 노선의 운항을 정상화했지만 풍향 때문에 화산재의 직접영향권에 들어선 이웃 섬 롬복 국제공항은 월요일 오전까지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접수된 우리 국민의 피해는 없지만 국내 여행사들에는 여행 취소나 환불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 측은 “화산재 분출이 지속되면 모든 항공편이 결항될 가능성이 크다”며 여행 일정 조율을 당부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