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시인 "문학 영감 얻고 내면도 성장...여행은 나의 힘이죠"

이병률 시인 '시를 닮은 여행' 특강



이병률 시인이 지난 25일 인천 송도의 트라이볼 공연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개최한 ‘문화예술 명예교사’ 프로그램의 강연자로 나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여행을 할 때마다 내면이 성장하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문학적 영감도 얻고요.”

지난 25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의 트라이볼 공연장에 마련된 ‘문화예술 명예교사’ 강연장. ‘시를 닮은 여행’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친 시인 이병률(50·사진)은 소년 시절의 경험이 자신을 ‘여행 다니는 작가’의 길로 이끌었다고 고백했다. “충청도의 한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살다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과 함께 서울로 이사를 왔어요. 한창 사랑이 필요한 나이였는데 밖에서 일만 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죠. 그 외로움을 못 이기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는 고향에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죠.”


여행작가이기도 한 이병률은 “초등학교 3학년쯤 되니 이전까지 꿈쩍도 않던 부모님도 마음을 열기 시작하더라”며 “그때부터 틈만 나면 충청도 산골 마을로 혼자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갔다”고 회상했다. “기차가 선물해 주는 풍경들이 너무 좋았어요. 경계를 넘어 낯선 공기, 낯선 사람을 만나러 가면서 나의 세계관도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어린 나이였지만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아요.”

이병률은 20대 중반 프랑스 파리에서 2년간 체류한 경험도 들려줬다. 그는 “21살 때부터 5년 동안 라디오 방송 작가로 일했다”며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정신없이 살다 보면 내 오랜 꿈이었던 시는 언제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일을 그만두고 짐을 꾸렸다”고 돌이켰다. “파리에 머물렀던 시간이 저를 성장시키고 제게 좋은 영감을 던져준 것은 분명하죠. 위대하고 고귀한 문화·예술이 꿈틀대는 곳에 살지 않았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거예요.”

이병률은 “편안한 온실 안이 아니라 먼 길을 떠나야만 내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며 “여러분도 ‘인생의 추’가 심하게 흔들리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그 모멘텀을 부여잡고 알을 깨고 나오는 변화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지난 2009년부터 유명 예술인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는 ‘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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