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해 예산안 졸속심의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429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현상이지만 새 정부의 첫 예산인 관계로 여야 간 샅바 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여당은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소득주도 성장을 뒷받침할 예산을 담았다며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공무원 증원과 퍼주기 복지 예산을 중심으로 칼질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예결위는 지난주까지 계수조정소위원회를 열어 상임위원회별로 예산삭감 심사를 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170여개 사업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했다. 상임위의 증액분은 제대로 된 심사조차 못했다. 이러다가는 새해 예산안이 법정 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여야가 예산 심의에 속도를 내자고 합의한 점이다. 여야는 이번주부터 예결위 심사를 진행하면서도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큰 틀의 합의를 모색하는 ‘투트랙 전략’을 가동한다고 한다. 법정 시한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예산안 심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걱정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제껏 정쟁으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다 돌연 가속도를 붙이겠다니 졸속 심의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임위 차원의 선심성 끼워넣기 증액도 수두룩하다. 자칫 시간에 쫓겨 막판 여야 야합으로 끝날 공산도 있다.

여야 지도부 차원의 논의 테이블에는 공무원 충원과 최저임금인상분 보전, 아동수당 신설, 기초연금 인상 등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나같이 중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안기는 지출로 재정 건전성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지, 낭비항목은 없는지 철저하게 따져야 할 예산이다. 예산안 심의가 졸속으로 진행될수록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법정 시한을 지키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일이지만 여야의 야합성 졸속 심의는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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