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에게 ‘슈스케’는 좋은 추억이에요. 할 때는 힘들었지만 그게 아니었으면 사람들한테 저를 알리지도 못했을 거고, 미스틱이라는 회사도 못 들어왔을 거예요. 그리고 ‘좋아’도 부를 수 없었겠죠. 제 행보에 ‘슈스케’가 있는 것이 저는 너무 좋아요”
그 가운데서도 애절한 감성을 가진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와 함께 뚜렷한 민서의 이목구비는 방송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됐다. 노래 실력부터 큰 키, 예쁜 얼굴까지 걸그룹을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가진 셈이었다. 실제로 그에게 쏟아진 걸그룹 제의 역시 많았다고.
“‘슈스케’ 끝나고 몇몇 회사에서 제의가 들어왔었는데, 미스틱 말고는 다 아이돌을 원하시더라고요. ‘프로듀스 101’을 나갈 기회가 생기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음악과 아이돌 음악은 거리가 있어요. 사실 아이돌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없거든요. 여러 가지를 다 잘 할 줄 알아야하고, 팀으로서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것들도 많고요. 저는 그걸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컸어요”
민서의 선택이 달랐다면, 어쩌면 그가 추는 ‘픽 미(PICK ME)’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수로서의 방향성에 있어서는 굉장히 뚜렷한 주관을 가진 민서였다. 최근 ‘더유닛’과 ‘믹스나인’이 방송되고 있는 가운데, 민서에게 다시 한 번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냐고 묻자 돌아오는 답변은 단호했다.
“경쟁을 하는 것도 힘들고, 오디션 프로그램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과 정이 드는데 떠나보내는 자와 떠나는 자가 있다는 게 많이 힘들었어요. 방송의 재미를 아예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없고요”
물론 프로 가수로 나서는 순간부터 경쟁과 아예 무관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민서는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곳이 미스틱이라 판단하고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가수라는 불확실한 꿈을 놓고 포기하는 것이 맞는 건지, 경제적인 자립을 할 수 있는 차선을 생각해야하는 것은 아닐지 고민하던 혼란 역시 지금의 울타리를 만난 이후 말끔히 사라졌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큰 변화 같아요. 내가 가수 데뷔를 못하는 게 아닐까, 음악을 더 이상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불안함이 없어졌어요. 시기가 언제가 될지라도, 이 회사에서 노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
“선배님들께서 아직까지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하고 활동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저도 6, 70대까지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어서 선배님들이 정말 대단해보이고요. 정미조 선배님께서는 작년에 37년 만에 앨범을 내셨는데, 노래 첫 마디를 듣자마자 바로 울컥했어요. 목소리 안에 인생이 담긴 느낌이어서 그 목소리를 듣는 자체로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어요. 저도 나중에 더 나이가 들었을 때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듣고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이와 함께 민서는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도 언급했다. 마치 지금 당장 컬래버레이션을 앞두고 있는 것 마냥 가수들의 이름을 하나씩 거론할 때마다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힘주어 말한 사람은 단연 안테나 뮤직 소속의 정승환이었다.
“정승환씨와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노래를 굉장히 잘하시는데, 깔끔하게 다듬어진 목소리라기보다는 날 것 같은 느낌이 주는 매력이 있어요. 그 안에 따뜻하고 담담하면서도 슬픈 감성도 느껴지고요. 정승환씨 첫 앨범 나왔을 때도 전 곡 다 열심히 들었어요”
이제 얼마 후면 지금 민서가 품고 있는 많은 바람들 가운데, 몇 개쯤은 현실이 될 예정이다. 어엿한 정식 앨범을 낸 가수 민서로서 첫 발을 내딛기 때문이다. 두려움도 부담도 상당하지만 민서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기억될 그 날을 상상했다.
“민서라는 가수보다 민서의 목소리를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노래인지는 모른다 하더라도, 노래를 들으면서 ‘이거 민서 목소리다’라고 사람들이 바로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큰 꿈이죠”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