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3D 프린팅 서비스 업체인 쉐이프웨이즈에서 직원이 컴퓨터로 제품의 출력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뉴욕=정혜진기자
상하이디지털매뉴팩처링 공장에서 3D프린터로 직접 출력한 제품들. /상하이=서민우기자
미국 뉴욕의 쉐이프웨이즈에서 고객의 디자인 시안을 받아 제작한 주얼리 제품./사진제공=쉐이프웨이즈
미국 실리콘밸리의 3D 프린터 제조업체인 카자가 내달중 선보일 건축용 3D 프린터 제품인 ‘미니탱크’ 시운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카자
美 뉴욕 ‘쉐이프웨이즈’
고급 출력 제조시설에 마켓 역할
개인샵 고객만 4만5,000명 달해
지난 20일 쉐이프웨이즈(Shapeways) 뉴욕 본사.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전자레인지처럼 생긴 수십 대의 3D프린터가 기계음을 내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도록 돕는다’는 쉐이프웨이즈의 슬로건처럼 고객은 3D프린터를 직접 구매하는 대신 쉐이프웨이즈에 자신이 고안한 디자인을 보내 실물을 받는다.
톰 핀 쉐이프웨이즈 최고경영자(CEO)는 “스트라타시스나 3D시스템즈가 자동차나 항공사 등 대기업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든다면, 쉐이프웨이즈는 제조 시설을 갖추지 못한 개인이나 소규모 사업자가 이용하기 최적화돼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2009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100만명의 고객이 이용했다. 쉐이프웨이즈닷컴에 자신의 샵을 갖고 있는 고객만 4만5,000명에 달한다. 이 회사가 기존 3D프린팅 대행업체와 다른 점은 단순 출력 대행을 넘어 설계도와 결과물을 사고파는 장터 역할까지 겸한다는 점.
개인이 비싼 3D프린터를 사기는 쉽지 않다. 저가형이 보급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진다. 이 회사는 수억 원을 호가하는 3D프린터를 통해 고급 출력을 원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는 것은 물론 장터에서 판매까지 할 수 있게 돕는 마켓플레이스로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고객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데서 더 나아가 시장의 평가를 받고 판매 수익도 얻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핀 CEO는 “저가를 중심으로 3D프린터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대중화와는 거리가 있고 하드웨어 진입 장벽이 있어 아이디어를 가져도 접근 자체가 어렵다”며 “다양한 장비를 갖춰 놓아 간단한 장난감부터 각종 주얼리, 산업용 제품 제작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모형 신발·안경·모자·피규어…
가전·車 기업 등에 부품 납품도
중국 상하이 푸동 신구 후난 타운에 있는 3D프린터업체 ‘상하이디지털매뉴팩처링(상해전기기계기술유한공사)’도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3D 프린터로 출력해준다. 지난 1997년 중국에서 최초로 3D 프린터를 개발한 자오 위(Zhao Yi) 박사가 2004년 설립한 회사다. FDM(수지용융압출기술)·SLA(광경화성수지조형기술)·SLS(선택적레이저소결기술) 등 모든 종류의 3D 프린터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자가 찾은 상하이 본사에는 직접 3D 프린터로 출력한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액체 분말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모형 신발에서부터, 안경, 모자는 물론 다양한 형태의 피규어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이 회사가 금속 분말을 활용해 3D프린터로 찍어낸 기계부품들은 중국 최대 가전회사인 메이다를 비롯해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기차 등에 납품하고 있다.
자오 위 대표는 “중국은 시장이 넓기 때문에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제품 수요가 크고 그만큼 업체들도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을 제품에 응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며 “3D 프린터를 활용한 디자인 분야는 기존에 컴퓨터 그래픽 등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던 아이디어를 직접 실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앞으로 크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소비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와 1인 제조업의 확산이 맞물리며 ‘아이디가 곧 상품이 되는’ 제조 혁신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최근에는 3D프린팅업계에서도 소재와 영역을 파괴한 도전이 잇따르며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D프린팅으로 하루만에 집 지어
비용·시간 절약, 건설시장에 혁신
실리콘밸리에 자리한 3D프린터 스타트업 카자(Cazza)는 건물을 3D프린터로 만드는 기술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내달중 이 회사가 선보이는 3D프린팅 크레인 시제품인 ‘미니탱크(Minitank)’는 하루에 200㎡의 콘크리트를 쌓을 수 있다. 일반적인 건축 기법보다 80% 이상 빠른 속도로, 약 1,000제곱피트 면적의 집을 하루 만에 지을 수 있다는 게 크리스 켈시(Chris Kelsey) CEO의 설명이다.
켈시 CEO는 “3D프린팅을 건설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기술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3D프린팅으로 건설업계 노동비용, 재료비용, 건설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니탱크에 달려 있는 두 개의 긴 팔이 움직여서 3D 디자인 설계도대로 콘크리트를 깎아 원하는 건물을 만들 수 있다”면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는 것은 물론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해 친환경적인 건축 공법으로 3D프린팅 건축 시장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3D프린팅 시장에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오면서 카자는 포브스나 CNN 등 주요 외신에서 ‘주목해야 할 스타트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포브스는 “카자는 3D프린팅이 급속히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초기 소형 제품 제조에만 집중됐던 3D프린팅 기술이 이제는 대규모로 발전해 실제 작업을 단순하게 만들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타이투스3D는 메탈 파우더를 주된 재료로 하는 3D 프린팅 제품을 만들고 있다. 3D프린팅의 주된 재료가 폴리머나 알루미늄·티타늄 등 금속 소재였다면 이 회사는 메탈 파우더를 활용해 항공이나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정교한 부품을 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이 회사의 창업 멤버로 합류한 이헌석 부사장은 “기존의 메탈 3D 프린팅 제작은 다양한 금속 합금 재료로 원하는 모양을 만든 뒤 오븐에 굽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교한 부품을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며 “타이투스3D는 특수 메탈 파우더에 레이저를 쏘아 층층이 쌓아가면서 제품을 제작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그는 “기존 디트로이트식 생산 라인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소재의 메탈 파우더가 개발되면 1인 제조업체들도 정교한 금속 부품을 대기업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샌프란시스코=정민정·정혜진기자, 타이창=서민우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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