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발다이클럽 의장 “한국, 원전 포기할 이유 없다”

“원전은 안전한 에너지원이고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도 없습니다.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원하는 한국이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러시아 최고 석학들이 모인 싱크탱크 ‘발다이클럽’의 수장인 안드레이 비스트리츠키 의장은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한국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의 원전 폐기 정책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비스트리츠키 의장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많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확대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신재생에너지는 일반적으로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원한다면 원자력과 가스 등을 잘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이 러시아와의 에너지 교류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천연가스 2위, 석탄 2위, 원유 매장량 6위 등 풍부한 에너지를 확보하고 있는 나라다. 비스트리츠키 의장은 “러시아는 최근 극동 지역을 에너지 허브로 구축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 가스관을 연결하려는 노력 등을 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협조 없이 에너지 수송 인프라 건설이 어렵지 않겠냐는 물음에는 “한국과 러시아가 공유하고 있는 해양을 이용할 수도 있고 유연하게 생각하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비스트리츠키 의장은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 협력 수준이 낮은 데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그는 “일본은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참여했음에도 무역이 증가한 반면 한국은 제재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협력 규모가 줄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 강화 방안으로는 에너지 프로젝트 외에 한국-유라시아경제연합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 비관세장벽 완화 등을 제시했다.

북핵 리스크 문제와 관련해서는 러시아·중국이 추진하는 ‘쌍중단’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쌍중단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도 한반도에서의 군사훈련을 축소하자는 주장이다. 비스트리츠키 의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양 당사자가 일단 위협을 중단하고 대화하자는 제안은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발다이클럽은 러시아판 ‘다보스포럼’이라고도 불리며 러시아 정부와 푸틴 대통령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일종의 정책 자문기구인 셈이다. 발다이클럽은 이날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함께 아시아 지역 콘퍼런스를 열었고 비스트리츠키 의장도 콘퍼런스 참석 차 한국을 방문했다. 발다이클럽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콘퍼런스를 연 것은 처음이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안드레이 비스트리츠키 발다이클럽 의장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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