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간담회는 노조 측에서 주도적으로 기획했다니 업계 전체가 느끼는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실제 8월 연매출 3억~5억원 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 인하조치가 시행된 후 카드 업계의 실적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3·4분기 주요 8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0%나 줄었다. 업계 1위 신한카드가 15% 이상 감소했고 롯데카드는 아예 적자로 전환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카드사를 더 쥐어짤 궁리만 하는 판이다. 업계에서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절박감이 팽배해 있다고 한다. “왜 카드사만 동네북 신세가 돼야 하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간 수차례 경험했듯이 카드수수료를 무리하게 끌어내리면 부작용만 커진다. 카드사들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곳에 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고 결국 각종 혜택 축소로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수수료나 포인트까지 정부가 일일이 정해주는 환경에서 미래 비전을 갖고 경영하기 힘든 것은 불문가지다. 이처럼 잃는 게 많고 실효성마저 의문시되는 수수료 인하 유혹에서 정부는 빨리 벗어나야 한다. 당장 손쉬운 기업 팔 비틀기를 멈추고 영세업자를 진짜 어렵게 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수수료보다는 가파른 건물 임대료 상승에 가맹점들이 더 힘들어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