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죽하면 카드업계가 정부에 대립각 세우겠나

카드 업계가 다음달 22일 국회 대강당에서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간담회를 열 모양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자영업자 피해보전용으로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인하를 밀어붙이면서 수익악화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 업계가 작정하고 정부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죽했으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서겠는가.


특히 이번 간담회는 노조 측에서 주도적으로 기획했다니 업계 전체가 느끼는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실제 8월 연매출 3억~5억원 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 인하조치가 시행된 후 카드 업계의 실적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3·4분기 주요 8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0%나 줄었다. 업계 1위 신한카드가 15% 이상 감소했고 롯데카드는 아예 적자로 전환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카드사를 더 쥐어짤 궁리만 하는 판이다. 업계에서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절박감이 팽배해 있다고 한다. “왜 카드사만 동네북 신세가 돼야 하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간 수차례 경험했듯이 카드수수료를 무리하게 끌어내리면 부작용만 커진다. 카드사들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곳에 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고 결국 각종 혜택 축소로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수수료나 포인트까지 정부가 일일이 정해주는 환경에서 미래 비전을 갖고 경영하기 힘든 것은 불문가지다. 이처럼 잃는 게 많고 실효성마저 의문시되는 수수료 인하 유혹에서 정부는 빨리 벗어나야 한다. 당장 손쉬운 기업 팔 비틀기를 멈추고 영세업자를 진짜 어렵게 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수수료보다는 가파른 건물 임대료 상승에 가맹점들이 더 힘들어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