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 직접고용 시정 명령에 불복하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고용노동부 측이 무려 24명에 이르는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정부가 대기업이 제기한 소송에 맞서 대규모 법률대리인단을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다.

법조계와 업계 등은 28일 이번 소송의 피신청인인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대리인이 원, 시민, 지향 등 진보 성향 계열의 법무법인 3곳이며 담당 변호사로 이름을 올린 인원이 총 24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법무법인별로 변호사 수를 살펴보면 법무법인 원 3명, 법무법인 시민 10명, 법무법인 지향 11명이다. 서울청 외에 이번 소송의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제빵기사들도 법무법인 여는(민주노총 법률원)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피신청인인 고용부의 대리인 중에는 민변 전·현직 회장인 백승헌·정연순 부부 변호사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최근 대법관 후보로 추천했던 김선수 변호사도 포함돼있다.

신청인인 파리바게뜨 측은 국내 최대 법무법인 김앤장에 소송을 맡겼으며 담당 변호인은 총 7명으로 전해졌다.


고용부가 법무법인 3곳을 동원한 것은 해당 소송전에서 패소할 경우 새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 기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로 해석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용부는 변호인 수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며 “이는 법무법인이 결정한 사항이며 관행상 그렇게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법무법인에 통보해 실제 소송을 대리할 김선수·고윤덕(시민), 김도형·이지현·권호현(원), 김진(지향) 등 6명의 변호사만 남기고 다른 변호인들은 이번 소송 담당에서 제외하라고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유명 법조인을 포함한 20명이 넘는 변호인단을 구성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한 노동법학자는 “고용부의 변호인단에는 대법관 후보 등 유명 법조인들이 다수 포함돼있어 사실상 막강한 위용을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법원의 결정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앞서 지난 9월 21일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 등 5,300여 명을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했다고 결론짓고 같은 달 28일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통보했다. 민주노총 계열 제빵사 노조도 시정명령의 즉각 이행을 촉구했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지난달 31일 직접고용 시정지시 처분취소 청구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법원은 이달 29일까지 시정명령을 잠정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