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카쿠 아키히로(왼쪽부터) 도레이 사장, 우메다 아키라 도레이 부회장, 스즈키 노부히로 도레이하이브리드코드 사장이 28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품질 데이터 조작 사실을 밝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쿄=EPA연합뉴스
일본 소재업체인 도레이가 28일 자회사의 품질 데이터 조작 사실을 ‘자진신고’했다. 닛산자동차·고베제강·미쓰비시머티리얼에 이어 도레이까지 일본의 간판급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품질 스캔들에 연루되며 ‘메이드 인 재팬’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도레이는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회사인 도레이하이브리드코드(THC)가 타이어 모양을 유지하는 보강재인 타이어코드 149건의 품질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데이터 조작이 이뤄진 시점은 지난 2008년 4월부터 2016년 7월이며 해당 제품을 공급받은 고객사는 브리지스톤타이어 등 총 13곳이다.
스즈키 노부히로 THC 사장은 “(품질 데이터가) 규격 값에서 약간 벗어났지만 문제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마음대로 해석하면서 조작이 일어났다”며 “품질 문제나 안전성에 대한 결함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온라인상에서 소문 돌자 기자회견
고베사태 보며 파장 줄이기 시도도
도레이 측이 데이터 조작 사실을 자진해 밝힌 것은 외부에서 먼저 의혹이 터져 나오는 것보다 스스로 문제를 밝히는 것이 파장을 줄이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사장은 “지난 11월 초 온라인 게시판에 그것(데이터 조작)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며 “소문이 돌기 전에 (먼저) 내용을 공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도레이는 데이터 조작이 이뤄진 사실을 인지하고도 1년 이상 숨겨 초기에는 문제를 덮으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닛카구 사장은 이날 “정보를 정리하고 고객사에 설명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면서도 “고베제강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발표할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레이는 일본 경제산업성과 일본경제단체연합회에 기자회견을 열기 전날인 27일 부정사실을 보고했다. 경제산업성은 도레이에 △사실관계 규명 △적절한 고객 대응 △정보공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