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가상화폐로 인한 사회 병리현상 우려를 내비친 것은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연일 상종가를 치면서 직장인뿐 아니라 주부·대학생 등 나이나 계층을 가리지 않고 투자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는 진입장벽이 아예 없다시피 하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회원 가입을 한 후 본인 은행 계좌를 등록해 본인 가상계좌에 원화를 이체하면 그때부터 바로 거래할 수 있다. 이 과정에는 10분도 채 소요되지 않으며 거래도 24시간 내내 실시간으로 체결할 수 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증시 시장과 버금간다. 가상화폐 가격정보 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최근 24시간 가상화폐 거래 규모를 원화로 환산하면 3조원대로 이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인 6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거래소별로 보면 빗썸은 2조187억원, 코인원은 6,857억원, 코빗은 3,139억원이다. 업계에서는 거래자 수는 200만명, 거래소에 예치된 고객들의 돈은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여전히 가상화폐 시장으로 사람들의 유입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정 가상화폐의 가격 급등락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불안해하기는커녕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을 느끼며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여기에 가상화폐 투자로 이득을 본 사람들이 자랑을 해대면서 반신반의했던 사람들마저 급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다. 빗썸의 한 달 거래대금은 지난 1월 3조3,778억원이었는데 이달 들어 40조원을 넘어섰으며 회원 수도 1월 33만명에서 11월 134만명으로 100만명이 신규 유입됐다.
이처럼 하루 새 롤러코스터처럼 급등락이 이뤄지는 가상화폐 거래에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버블이 터질 경우 투자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그대로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교사나 주부들도 가상화폐 투자를 물어볼 정도로 이미 투자자층이 광범위해졌다”며 “가격이 폭락할 경우 그 손실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비트코인을 매개로 유사수신행위 등이 일어나면서 방치할 때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이 총리의 발언을 기점으로 정부가 거래 자체를 규제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지금까지 정부는 유사수신 같은 사기에 대한 처벌 강화와 이에 악용될 수 있는 가상화폐 투자 공개모집(ICO) 전면 금지만 발표했지 아직 거래 자체에 대한 규제 시그널을 내놓은 적은 없다. 전 세계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막은 것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위안화 입출금을 금지한 중국 정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이처럼 거래를 원천 차단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그보다는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해 1인당 거래한도를 제한하는 식으로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지금까지는 가상화폐에 대해 공신력을 부여해 투기를 오히려 더욱 부추길 수 있다며 거래소 인가제 도입에는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가상화폐 거래는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것이기에 국내에서만 강력한 규제 잣대를 들이대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태형 수원대 특임교수는 “비트코인 거래만 따져보면 원화 거래는 전 세계에서 10%도 되지 않는다”며 “왜 이렇게 가상화폐 열풍이 불고 있는지 원인 자체를 따져보는 등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권형·이주원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