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를 처음 방문한 프란치스코(왼쪽) 교황이 27일(현지시간) 아웅산 수치 여사와 악수하고 있다. /네피도=EPA연합뉴스
‘인종탄압’이 자행된 미얀마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수민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민족을 가리키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의 탄압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2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오후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문민정부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나 40여 분간 환담하면서 로힝야라는 표현을 자제한 채 정의와 인권, 종교 간 화합을 강조했다.
이어 현지 외교단과 정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첫 공개연설에서 교황은 “미얀마의 미래는 각 소수민족의 권리를 존중하는데 달려 있다. 미얀마의 미래는 사회 구성권의 위엄과 인권을 존중하고 각 소수민족 그룹의 정체성을 존중하는데 기반을 둔 평화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교황은 “미얀마인들은 민족분규와 적대 행위로 인해 지속해서 고통을 받았다. 미얀마를 조국으로 부르는 사람들은 모두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로힝야족 문제를 거론했다. 사실상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과 박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이날 교황과 나란히 연단에 선 수치도 로힝야족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소수민족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라카인주에서는 서로 다른 소수민족 공동체간에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 상호 신뢰와 이해가 사라졌다”며 “정부가 직면한 도전과제 중 라카인주 문제가 전 세계의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인권을 보호하고 포용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의 시도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국민과 친구들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전날 로힝야족 인종청소의 책임자로 비난받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과 면담해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