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영화 단역 출연 등으로 공백이 느껴지지 않지만 영화로는 꽤 오랜만에 컴백했다. 절치부심이 느껴지는 작품인데, 최고의 스릴러 작가 김은희 씨는 뭐라고 하던가?
△김 작가는 초고 완성본을 보고 좋다고 했다. 영화 편집본도 보고 좋다고 하더라. 제작진 등 누구와도 회의를 하지 않고 만든 작품이다. 그래서 앞뒤를 다 재가면서 철저하게 계산하고 시나리오를 썼다.
△1997년 IMF 구제 금융 당시 어려워진 경제로 인해 가족이 해체되고, 그 과정에서 인간성이 상실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는 그렇다. 스릴러와 서스펜스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의 장치다. 그것 역시 즐겨줬으면 한다. 영화에 나오는 소품과 설정 등에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유석이 납치된 후 19일 만에 집에 돌아오는데 왜 19일인지, 또 유석이 물리학세미나에서 강의할 때 양자물리학의 모순점을 지적한 양자물리학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다든지, 진석은 왜 재수생도 아닌 삼수생인지 등 각 인물이 처한 위치 등을 암시하는 설정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 고전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히치콕도 생각나더라.
△히치콕 영화 영향을 받지 않는 감독은 없을 것이다. 특히 음악이 ‘히치콕풍’이다. 음악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가서 녹음했다. 현지 바이올린 연주자가 현을 켜다가 나중에는 손으로 현을 뜯는다. 의문과 의혹을 증폭시킬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집의 질감도 현대보다는 고전적인 느낌이 나도록 벽, 바닥, 계단 등을 모두 나무로 설정했다. 나무 바닥 위를 걸을 때 나는 소리가 주는 공포가 있고, 또 그 소리 또한 현대가 아닌 고전적인 느낌을 내고 싶었다. 또 2층 작은 방은 맥거핀 효과를 내려고 설정했다. 그곳에 뭔가 있을 것 같아서 관객이 자꾸만 신경이 쓰이게 말이다. 진짜 뭐가 있는지 없는지는 영화 보고 확인해 달라(웃음).
-‘대립군’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김무열, 올해 ‘재심’, ‘청년경찰’까지 연속 흥행에 성공한 강하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이슈가 됐던 문성근까지 출연진이 ‘신어벤져스급’이 됐다.
-‘숨겨진 디테일의 대가’다. 봉준호 감독만큼 디테일에 강한 것 같다. ‘기억의 밤’의 디테일을 알려 달라.
△1997년을 배경인 까닭에 고증에 충실하려 했다. 강하늘이 피디 통신으로 대화를 하는 장면은 1997년 작품 ‘접속’을 참고했다. 제작사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데 대화가 너무 문어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맞춤법이 틀리면 강제 퇴장을 당했고, ‘하이루’ 이런 말이 없었다. 또 김영삼 대통령이 IMF 구제금융 당시 담화문을 발표하는 뉴스 화면에도 공을 들였다. 그 화면에만 엑스트라가 200명 투입됐다. 라이프지에 실린 미국 대공황 당시 일용직 노동자들의 상황을 담은 사진을 떠올리며 찍었다. 더 길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영화의 리듬 때문에 편집을 좀 했다. 이 외에도 1997년 당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음악, 자동차 번호판, 자동차 기종 등등 미술에 신경을 많이 썼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