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소비재株...부진했던 '액티브펀드' 부활하나

사드해빙에 화장품·여행주 강세
소비재 중심 펀드로 자금 유입
1개월 수익률 인덱스펀드 추월
"단기 성과 개선에 불과" 평가도



소비재 펀드를 중심으로 수익률이 개선되며 액티브펀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주도하는 대형주 중심의 증시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액티브펀드는 최근 화장품·게임·엔터테인먼트 등의 상승을 바탕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액티브펀드는 종목이나 섹터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29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8일 기준 액티브펀드의 1개월 수익률은 1.92%로 인덱스펀드 1.38%를 소폭 앞서기 시작했다. 여전히 연초 후 수익률에서 인덱스(31.23%)가 액티브(19.79%)를 멀찌감치 따돌린 상태지만 지지부진했던 액티브펀드의 부활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중 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이 이완되면서 소비재 중심의 펀드에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게 무엇보다 긍정적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1개월 사이 경기민감 소비재 섹터의 펀드에는 332억원, 필수 소비재에는 513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전체 액티브펀드에서 3,594억원이 빠져나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재의 자금 유입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사드 보복 탓에 화장품과 여행주를 편입시킨 펀드들이 올해 내내 체면을 세우지 못했지만 이들 종목의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소비재펀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드 피해 펀드인 메리츠코리아펀드의 경우도 1개월 3.46%의 수익률을 비롯해 3개월 9.73%, 6개월 4.24%를 기록해 같은 유형의 펀드 수익률을 모두 상회하기 시작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17.43%까지 회복됐다. 이 펀드에는 아모레G(002790)와 LG생활건강(051900) 등이 편입돼 있다. 이날 증시에서도 중소형 화장품 업체 등 소비재들이 강세를 보였다. 한국화장품제조가 14%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고 에이블씨앤씨·토니모리 등이 8~9% 올랐다. 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GS리테일 등도 7% 넘게 상승했다.


액티브펀드의 수익률은 펀드매니저의 ‘발품’ 정도에 따라 결정됐다. 소비재펀드 가운데 연초 후 51.0%의 최상위권 수익률을 기록 중인 피델리티차이나컨슈머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종류A의 경우 중국 경기 개선 기대감과 함께 우량기업을 꾸준히 발굴해 투자하고 있다. 1개월 새 292억원을 끌어모아 경기민감 소비재 섹터 펀드를 주도하고 있다. 미래에셋소비성장증권자투자신탁1(주식)종류A(3.95%), 한국투자중국소비성장수혜주증권자투자신탁H(주식)A(1.76%) 등도 1개월 수익률의 반등과 함께 대표 소비재펀드로 부상 중이다. 미래에셋소비성장펀드의 경우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고 펀더멘털이 양호한 코스닥 기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연초 후 수익률은 28.27%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 상승장을 미리 예견해 기업 발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중국소비성장펀드는 중국과 신흥국 자본유입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미국과 유럽 기업 중심으로 투자를 지속해가고 있다. 현재 미국의 투자 비중이 71.5%, 유럽이 23.9%에 달한다.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에 무게를 두고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 펀드는 책임운용역이 최대 6년 이상 펀드를 운용하고 있어 운용 스타일을 고집하는 펀드가 양호한 성과를 유지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매니저가 독립적으로 오랫동안 투자철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트렌드를 쫓아서는 장기적으로 펀드를 이끌어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역시 “단기수익률은 의미가 없다”며 “정치적 불확실성과 일시적인 시장 상황보다 기업가치를 우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기업의 주주환원정책 등 펀드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도 액티브펀드가 유리하다는 전망이다. 액티브펀드는 특정 테마의 강세가 예상될 때 적극적으로 비중을 조절하며 대응할 수 있어 배당주나 섹터주, 중소형주 등이 강세를 보일 때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최근의 소비재 강화에 따라 수익률 반등에 성공한 것도 비슷하다. 인덱스 강세를 이끌었던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계속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점에서도 액티브펀드의 부활이 예상된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 비중이 역대 최고수준을 유지한 시장에서 액티브펀드와 인덱스펀드의 수익률 비교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적어도 올해 말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봤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자산배분 차원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들이 지수를 복제해서 사용하면서 종목발굴로는 수익률을 따라갈 수 없었다”며 “다만, 지난해 말부터 벤치마크 복제가 사라지기 시작해 본격적인 종목플레이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물론 단기성과 개선으로 액티브펀드의 부활을 점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윤재 KB금융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액티브펀드 운용사 가운데 상위 10개사가 전체 자산의 52%를 점유하는 데 비해 하위 500개사의 운용자산은 0.8%에 불과하다”며 “이런 사정으로 2015년 145건의 운용사 인수합병(M&A)이 이뤄졌고 지난해에도 133건의 M&A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과거에도 장기간 시장수익률이 하회했던 액티브펀드가 재차 반등하는 흐름은 반복해왔다”며 “일시적인 수익률보다 구조적인 변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