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산업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한 가운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동차 부품 전문 생산업체인 만도는 30여 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직무발명제도를 운영하며 한국발명진흥회를 통해 꾸준히 제도를 개선하여, 현재 독자기술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만도의 R&D 및 특허 강화에 힘쓰고 있는 IP개발팀 이두의 부장과 R&D Administration실 최한규 부장을 만났다.
‘손을 떼고, 눈을 떼도 안전한 차’ DAS(운전자보조시스템) 기술로 독보적 진화
만도는 1970년대부터 안전과 직결되는 자동차 핵심 부품인 제동(Brake), 현가(Suspension), 조향(Steering) 장치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DASㆍDriver Assistance System)을 중심으로 자동긴급제동장치, 차간거리유지시스템 등을 속속 개발하며 안전과 편의성을 넘어 무인주행의 근간이 되는 핵심기술에 두각을 보이고 있다.
만도의 활발한 R&D에서 직무발명제도는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 자체적으로 오래전부터 직무발명보상을 실시하며 발명ㆍ특허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었지만 2010년 이후 자동차와 IT 등 이종 분야 간 기술 융합과 새로운 사업영역이 빠르게 등장하면서 연구원의 적극적인 R&D 노력이 더욱 절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만도는 한국발명진흥회를 통해 각종 지식재산 교육 프로그램을 신규 도입하며 직무발명제도 개선과 발명의식 제고에 나섰고 이는 다양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정부로부터 임시운행 허가를 획득한 만도의 자율주행차는 회사의 독보적인 기술경쟁력을 잘 드러낸 사례다. 당시 경쟁사 자율주행자동차가 대부분 외산 감지기(센서)를 탑재한 반면, 만도는 수년간 자체 연구 끝에 개발한 국내 최초의 전방 감지용 장거리 레이더 센서와 카메라 등 순수 국산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차량용 레이더와 카메라는 주행 중 맞닥뜨리게 되는 차선 이탈, 급제동, 교통 신호, 사각지대 등 각종 환경 정보를 시스템 또는 운전자가 인식해 차체를 제어하도록 하는 자율주행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차량용 레이더는 해외 개발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며 국내 업체는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한규 연구전략팀 부장은 “결국 독자기술이 없으면 세계 시장 개척은 물론이고 원가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국산화를 목표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며, “당시 관련 지식을 보유한 엔지니어가 국내에 부족 했고 기존 레이더 기술 역시 수 천만원대 국방용 고가장비가 주를 이루어 차량 적용에 어려움이 컸다”라고 말했다.
연구원들의 각고의 노력과 수많은 성능시험 끝에 만도는 해외 장비에 견주어도 대등한 차량용 레이더 개발에 성공하여 2014년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글로벌 업체에 휘둘리지 않는 ‘우리만의 기술’을 향한 일념이 만든 성과이자 세계무대로 가는 또 하나의 발판이었다.
현재 레이더 센서를 비롯한 국내외 DAS 관련 특허 900여건을 보유한 만도는 미래 무인자동차 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현세대 차량의 완성도와 안정성을 한 차원 끌어올리고 있다. 만도의 각종 전자 부품이 탑재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EQ900이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가 실시한 전방충돌평가에서 세계 최초로 전 항목 만점을 받은 건 대표적인 예시다. 만도는 IT기술이 융합되는 차세대 자동차 부품 시장을 이끌기에 최적의 준비를 마친 것이다.
1980년대 이미 직무발명제도 시행… ‘기술 명가’의 성장비법
“만도가 해외시장 진출에 노력을 기울이고, 또 최근 성과를 내면서 경쟁사가 포진한 미국 등 주요국가에서 특허분쟁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거 생산에만 주력했다면 직무발명제도 등으로 특허를 전략적으로 확보, 경쟁사의 견제 방지 뿐 아니라 시장 선점처럼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허를 통해 주요 이슈에 선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 이두의 부장
올해 매출이 6조원을 바라보는 만도의 핵심역량은 ‘기술로 승부한다’는 경영철학에 걸맞은 R&D 행보다. 만도가 그간 확보한 국내 및 해외 지식재산권은 무려 7100여건. 재정투자 뿐 아니라 직무발명제도 등 연구원의 동기부여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친 덕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직무발명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만도는 지식재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발명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하며 연구진의 R&D 의지를 북돋고 있다. 또한 한국발명진흥회의 도움을 받아 끊임없이 제도를 개선하고, 전체 연구원을 대상으로 매년 특허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에 꾸준히 특허 출원의 양이 증가했고, 지난해에만 700여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하는 결과를 냈다. 날이 갈수록 직무발명에 대한 연구진의 호응이 커지며 관련 교육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직무발명제도가 만도의 성장과 R&D 혁신을 뒷받침한 비법이었던 셈이다.
현재 매출의 5%, 앞으로는 8%로 까지 연구개발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는 만도는 해외 특허 출원을 지속해서 강화하며 지식재산을 속속 권리화해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직무발명제도는 직원이 창출한 지식재산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뿐 아니라 자긍심까지 불어넣을 수 있어 동기부여 효과가 크다는 게 이두의 IP개발팀 부장의 설명이었다.
이두의 부장은 “직무발명제도로 직원은 회사가 본인을 인정해 준다는 자부심과 기여도에 따른 보상을 얻고, 회사는 직원이 창출한 특허로 새롭게 성장하는 효과를 냈다”며, “직무발명제도를 도입하는 게 초기 비용 발생 등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기술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오는 만큼 투자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결코 기업에 손해가 아닐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원기관인 한국발명진흥회를 통하면 어렵지 않게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는 데 다른 기업도 직무발명제도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도약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한규 부장도 “과거 DAS, 전자제어제품에 투자할 당시 성과가 곧바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DAS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견인하고 있고, 또 앞으로는 더욱 매출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지속성장과 백년기업을 꿈꾸기가 어려운 만큼 직무발명제도 등으로 사람에게 투자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이끈다면 투자한 돈 보다 수천 배의 기술 개발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