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사람의 몸값



한때 과학자들이 사람의 육체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제품을 만든다면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체중 63㎏인 성인은 지방으로 7개의 비누, 인으로는 성냥개비 머리 2,200개, 설사약 한 봉지의 마그네슘, 못 한 개 분량의 철, 연필 2,000자루의 탄소, 1.8ℓ짜리 물 20개의 수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30년 전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2만원이 채 안 된다. 제약회사의 약품값을 조사해 헤모글로빈과 알부민·호르몬 등의 가격을 알아낸 후 인체에 적용했더니 약 600만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참 할 일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과학자들은 모든 사람을 똑같이 취급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노비 부적과 소송을 담당했던 ‘형조 도관’이라는 관청이 조선 태조에게 올린 상소를 보면 당시 노비는 가축보다 못한 존재들이었다. “노비 몸값이 많아야 오승포 150필에 지나지 않는데 말은 400~500필에 이르니 이는 가축을 중히 여기고 사람을 경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이후 노비의 법정 가격은 300~400필이 됐지만 실제로는 10분의1 가격에 팔려나갔다. 조선만 그런 것이 아니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 카리브해에서는 설탕 1톤이면 흑인 노예 1명을 살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노비나 노예의 대접을 받은 것은 아니다. 1193년 십자군원정에서 돌아오던 영국의 리처드 1세가 오스트리아에 사로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스트리아가 그의 석방을 대가로 당시 영국 재정의 4분의1에 달하는 은화 15만마르크를 요구했다. 협상을 통해 10만마르크로 내려가기는 했지만 국고가 바닥난 영국 왕실이 감당할 수준은 아니었다. 결국 국민을 대상으로 가혹한 세금 징수가 진행됐다.

사우디아라비아판 왕자의 난으로 체포됐던 무타이브 빈 압둘라 왕자가 거액의 합의금을 내기로 하고 구금 14일 만인 28일(현지시간) 석방됐다. 무타이브 왕자가 지급하기로 한 금액은 무려 10억달러(약 1조800억원). 일반인들은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규모. 역시 석유 갑부의 통이 크기는 하다. 그렇다고 그가 그만 한 가치를 지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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