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22%? 美 법인세 인하 막판 진통

공화 상원 "재정적자 심화"
최고세율 22% 수정안 제시
크리스마스 이전 통과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주리주 세인트찰스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내년도 감세안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보다 더 큰 감세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인트찰스=AFP연합뉴스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끌어내리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 하원 공화당 지도부의 계획이 상원에서 벽에 가로막혔다. 민주당뿐 아니라 상원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재정 문제를 이유로 최고세율을 20%가 아닌 22%로 정하자는 새로운 수정안을 제시하고 나서면서 예산안 통과에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 마이크 리 상원 의원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35%에서 22%까지만 낮추는 조정안을 29일(현지시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상원은 다음날 시작하는 2018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예산안에 대한 토론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수정도 함께 다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새 회계연도가 이미 시작됐음에도 정식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임시 예산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공화당 상원 의원들 사이에서 법인세 인하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커지면서 최고세율을 21~22%로 수정하자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의회예산국(CBO)은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예산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재정적자 규모가 내년도 회계연도부터 10년간 총 17조달러(약 1경8,500조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27회계연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은 97.1%로 기존 세제를 기준으로 했을 때보다 5.9%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추정됐다.

의료보험·아동 지원 등 늘어나는 복지예산 규모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밥 코커 상원 의원 등은 ‘재정 트리거(fiscal trigger)’ 장치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만일 법인세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 부족분이 경제성장을 통한 세입 확충으로 채워지지 않을 경우 감세 일부를 취소하는 장치가 자동으로 작동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상원 공화당에서 예산안 수정 의견이 나오면서 올해 크리스마스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도 커졌다. 만약 상원이 하원의 예산안을 대폭 수정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전 필요한 양원 간 조정절차가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부자 감세’를 비판하는 민주당의 반발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 토론이 끝나면 본회의는 의원들이 무제한 제시할 수 있는 수정안에 각각 표결하는 ‘보트 어 라마(vote-a-rama)’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민주당이 대규모 감세안을 ‘부자 감세와 중산층 붕괴 요인’으로 규정하며 수정안을 대거 발의할 수 있다고 WSJ는 전망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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