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주 상승세 정점 찍었다" VS "조정 때 저가매수 기회로" 팽팽

■JP모건도 삼성전자 추천주 제외
반도체업종 고점 논란 커지며
코스닥 IT부품 관련주도 약세
IT업종 불안감 시장에 확산
"반도체 수요 내년까지 지속
증시 견인할 것" 분석도

모건스탠리 쇼크가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JP모건이 반도체 공급과잉을 우려하며 삼성전자를 추천주에서 제외했다. 여기다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정보기술(IT)주들이 급락하며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거품이 가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락은 삼성 관련주는 물론 코스닥 IT부품주의 약세로 이어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잇따라 삼성전자에 대해 내놓은 부정적인 전망은 반도체 업종의 고점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지수가 3개월 만에 최대치의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그동안 주요국의 증시 상승을 이끌어왔던 IT 업종 전체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시장에 퍼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내년 상반기까지도 IT가 주도하는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히려 최근의 주가 조정을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이 차례로 공개한 보고서의 논리는 반도체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을 주된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변경하고 목표주가를 280만원으로 낮춘 모건스탠리는 “D램·낸드·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이 공급 증가로 정점에 가까워졌다”며 “내년 메모리 부문의 이익이 급증하지 않는다면 이후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 주요국 증시 상승을 이끈 IT 업종에 대한 우려로도 이어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은 전일보다 1.27% 하락하며 3개월 만의 최대 하락 폭을 나타냈다. ‘FA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등 대형 기술주가 급락한 탓이다. 테슬라도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나스닥 하락을 부추겼다. 주가 하락은 그동안 승승장구한 IT 업종의 상승세가 정점에 달한 것 아니냐는 분석으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내년까지도 탄탄한 수요를 기반으로 IT의 증시 견인이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IT, 반도체 수요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글로벌 트렌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반도체 산업이 3~4년 주기로 호·불황을 반복하는 ‘실리콘 사이클’에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수요처를 찾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페이스북·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IT 업체들이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어 서버 D램 수요도 양호하다”며 “특히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D램 수요가 매우 좋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치는 333만5,000원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해외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의 전망이 다소 엇갈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반도체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전망의 차이가 꼽힌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 공급 증가율은 과대평가된 반면 낸드의 잠재 수요는 과소평가됐기 때문”이라며 “일각에서 내년 진행될 반도체 생산장비 증설이 공급 과잉을 일으킬 것으로 과도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물론 주요 IT 관련주의 이익 증가세는 올해보다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시장에서 이미 예상된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 삼성전자의 이익은 늘겠지만 이익증가율이 올해보다 낮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컨센서스가 이뤄진 부분”이라며 “이 같은 전망이 현재 주가에 이미 반영됐는지에 대해서는 애널리스트별로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내년 반도체·OLED 가격 하락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다”며 “최근 반도체 종목의 주가 하락은 과도한 우려가 일시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히려 최근의 주가 하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들려온다. 골드만삭스는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공개된 이튿날인 지난 28일 “반도체 업종 사이클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으며 지금이 매수 기회”라며 목표주가 352만원을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장중 한때 287만6,000원까지 오른 바 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IT 업종의 증시 주도력은 여전하며 여기에 정책 수혜주, 중국 소비주도 가세하는 모습”이라며 “이익 개선이 이어지면서 IT와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