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환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갑상선암 환자에게 초음파 영상을 보며 고주파 치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경기 수원에 사는 65세 주부 김모씨는 지난 2013년 갑상선(갑상샘)에 암이 생겨 절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봄 목 주변 기관지까지 암이 침범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로 제거하기에는 위험해 의사가 추천한 서울아산병원에서 고주파·방사선 치료를 받고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다.
김씨처럼 갑상선에 양성 혹이 생기거나 갑상선암이 재발한 경우 수술 대신 긴 바늘 모양의 고주파 전극을 찔러넣은 뒤 섭씨 100도 정도의 마찰열로 태워버리는 고주파 치료를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장점이 많아서다. 우선 목 부위를 절제하지 않기 때문에 흉터가 남지 않는다.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수술과 달리 국소마취만 하면 되고 시술에 걸리는 시간도 준비시간을 포함해 30분~1시간 정도면 된다. 시술 후 30분쯤 안정을 취하면 대부분 병원 문을 나설 수 있다.
갑상선암은 방사선 노출 등으로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세포에 유전자 변형이 생겨 발생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암이 진행돼 성대 신경을 침범하면 목이 쉰다. 기관지·식도를 압박하면 숨이 차거나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진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이므로 갑상선에 혹이 생겼다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전체 갑상선암의 90~95%를 차지하는 갑상선 유두암은 대부분 완치될 수 있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치료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갑상선암 수술 환자는 2012년 약 4만4,8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과잉 수술 논란으로 감소세(2014년 3만2,700여명)를 보이고 있다. 10명 중 8명은 여성이다. 반면 갑상선암 진료 인원(2014년 30만명)은 꾸준히 늘고 있다. 여성이 83%, 남녀 모두 40~50대가 60%가량을 차지한다.
백정환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갑상선암 재발 환자에게 고주파 치료를 하기에 앞서 종양 부위를 살펴보고 있다. 뒤에는 치료법을 배우기 위해 연수를 온 외국인 의사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갑상선암은 수술이 주된 치료법이다. 재발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암이 수술 부위나 목에 재발했지만 고령이거나 다른 질환 등으로 인한 건강 상태 악화로 재수술이 어려운 경우, 외과적 재수술을 원하지 않는 경우 재발암의 크기를 줄이고 증상을 완화시켜줄 수 있다.효과도 좋다. 백정환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이 2008년9~2012년4월 목 림프절에 갑상선암이 재발한 환자 39명에게 발생한 종양 61개를 고주파로 치료한 결과 종양의 크기가 95% 이상 감소했다. 수술 위험 부담이 큰 고령 환자(최고령 92세), 수술이 어려운 부위에 종양이 생긴 환자들이다.
백 교수는 “이런 경우 의사와 환자 모두 수술을 꺼리게 된다”며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지난 8년간 400여명에게 고주파 치료를 했는데 올해 5월 보건복지부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시술받는 환자의 증가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결코 쉬운 시술은 아니다. 갑상선 주변에는 각종 혈관·신경 등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수술에 비해 성대 마비, 갑상선 기능 이상 등을 초래할 가능성은 적지만 사소한 실수로도 목소리가 쉬거나 통증을 초래할 수 있다. 초음파 영상으로 성대 신경 등을 정확하게 보는 기술 습득이 중요하다.
백 교수는 정교한 고주파 치료를 위해 국내 의료기기 회사 스타메드와 함께 고온으로 갑상선 혹·종양을 태워버리는 ‘액티브 팁’ 부위의 길이가 매우 짧은 전극을 개발했다. 간암을 고주파 치료할 때는 액티브 팁의 길이가 3㎝(전체 전극 12㎝)쯤 되는데 갑상선암 치료용 액티브 팁은 종양의 크기가 △1㎝ 미만이면 3.8~5㎜ △1~3㎝면 7~10㎜ 정도다.
고주파 치료는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하기 때문에 초음파 영상으로 볼 수 없는 위치에 종양이 있거나 종양의 크기가 2~3㎜ 미만이면 불가능하다. 또 주로 일부 부위에 재발하고 종양이 3~4개 이하일 때 적합하다. 종양 수가 많으면 일일이 전극으로 태워 제거하기 힘들기 때문에 수술이 낫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