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JSA 경비대대 지휘관과 장병을 초청해 개최한 차담회에서 이국종 아주대 교수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정상이 지난달 29일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기습발사에 대응해 이틀간 총 80여분에 걸친 두 차례 연쇄 통화를 하면서 향후 대응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미국이 북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해상봉쇄에 대해 청와대는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그런 요구가 있다면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혀 청와대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1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화성-15형’의 주요 기술이 미입증됐고 핵탄두 소형화 기술확보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평가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북한의 레드라인(더 이상 용납할 수 있는 한계선) 위반을 애써 눈감아 대북 선제타격을 자제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묻어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앞서 지난 8월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북 레드라인에 대해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해석에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었는지 여부는 ICBM을 실제로 쏘지 않는 이상 한미는 물론 전 세계 누구도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레드라인 논란 자체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북한이 ICBM 기술을 완성하더라도 한미는 이를 인정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
이런 기조대로라면 북한이 앞으로 추가로 핵실험을 하거나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나서더라도 한미와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는 어렵다. 오히려 더욱 강력한 국제적 압박과 제재에 직면해 스스로 정권 붕괴를 자초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 앞에 놓인 출구는 둘 중 하나다. 핵개발 중단 및 포기를 전격 선언하고 대화에 나서거나, 국제사회의 공인을 포기하고 나 홀로 핵개발 완료를 선언하는 ‘셀프 인증 쇼’를 하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화성-15형을 기습 발사한 뒤 스스로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한 것은 두 가지의 출구전략 중 후자의 선택으로 보여진다.
청와대는 북한이 핵 무력 완성 셀프 인증 후 대화의 테이블에 나올지, 아니면 몇 차례 더 군사적 도발을 하면서 신경전을 벌일지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 간 통화의 주요 논점도 이 같은 상황 판단을 위한 기초 정보교환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 정상은 앞으로도 추가적인 협의를 벌이기로 했다.
다만 북한이 향후 곧바로 대화에 나오지 않고 추가적인 핵·미사일 도발을 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이번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특히 미국이 영국·일본·호주 등과 단행하기로 한 대북 해상봉쇄에 동참할지 여부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우리 측이 제안받은 바 없다. 정부도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부정적 기류를 내비쳤다. 반면 송 장관은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북 해상봉쇄 조치와 관련해 “그런 것이 요구되면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청와대와 온도차를 보였다./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