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순수함에 빠져 한 평생을 아동극 제작에 쏟은 서인수 암사 어린이 극장 대표./손샛별 인턴기자.
#. 조명이 꺼지고 재잘거리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그치자 초롱초롱한 눈망울만이 객석을 가득 채운다. 곧 환해진 무대 위로 어린이들의 시선이 쏠린다. 배우는 등장하지 않는다. 무대를 메운 것은 마치 살아 숨 쉬듯 대사를 읊고 움직이는 인형이다. 인형의 동작 하나, 대사 하나에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웃고 즐긴다. 대체 누가 인형에 숨결을 불어넣었을까.
“지금까지 35년 동안 어린이 연극만 해왔습니다. 다른 것은 해본 적이 없어요.”
평생을 아동극 제작에 바쳐온 이가 있다. 이제는 아이들의 눈만 봐도 원하는 게 어떤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 극단 ‘우리’와 서울 강동에 위치한 ‘암사어린이극장’의 대표를 맡고 있는 서인수(63)씨가 그 주인공이다.
서 대표가 처음 극단을 창단한 것은 지난 1982년. 아동극 공연이 막 성황을 이루기 시작하던 때였다.
“인형을 가지고 제 자식과 함께 놀아주던 게 시작이었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진짜 인형극을 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뭔가 만들고 꾸미는 데 재주가 있던 덕분에 적성에도 맞았죠.”
그렇게 시작한 일은 어느새 천직이 됐다. 아이들의 순수함에 함께 빠져버린 셈이다. 2004년에는 서울 강동에 어린이 전용 극장도 만들었다. 아이들이 평일과 주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그들을 위한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오전에 어린이 연극을 하고 오후에는 성인 연극을 하는 게 대부분 공연장의 모습이었어요. 오로지 어린이를 위한 작품을 계속 만들려면 내 극장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았죠.”
그렇게 만든 극장에서 서 대표가 운영하는 극단의 공연은 지금도 매일 펼쳐지고 있다. 처음 아동극에 빠지게 된 계기였던 인형극은 물론이고 ‘피터팬’ 같은 서양 명작이나 우리나라 고유의 전래동화·창작극 등이 주를 이룬다.
휴대폰의 화면만 봐도 화려한 영상과 볼거리가 넘쳐나는 오늘이지만 여전히 암사어린이극장과 극단 우리를 찾는 아이들은 꾸준하다. 아동극을 좋아하는 아이가 한 명이라도 있는 이상 일을 계속할 계획이다.
“암사어린이극장은 제 시작이자 마침표예요. 앞으로도 손주한테 보여주는 마음으로 어린이 연극을 제작해야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는 한 늘 여기 있을 겁니다.”
/정순구기자·손샛별인턴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