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는 그 이름만 들어도 까르르 웃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남들 앞에서는 쉬쉬하게 되는 ‘똥’ 이야기를 곤충학자인 저자가 ‘버려진 것들’이라는 이름으로 파헤쳤다.
1788년 호주 시드니에 도착한 영국의 첫 이민선에는 죄수뿐 아니라 소·말·양이 함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200년 뒤 호주는 세계적 목축국가로 성장했다. 그러나 가축들이 매일 쏟아내는 수백만t의 분뇨와 이 때문에 급증한 파리떼를 마주하고서야 ‘실수’를 깨달았다. 소똥을 치워줄 똥딱정벌레가 호주 대륙에는 서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1960년대부터 호주 정부는 세계 곳곳에서 똥딱정벌레를 공수해오기 시작했다.
책은 똥으로 성공한 대표 동물로 파리와 딱정벌레를 들었다. 특히 똥을 경단처럼 굴린다는 경단형 딱정벌레는 자기 몸무게의 50배까지 똥을 굴려 그 크기가 테니스공 만해지기도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런 똥딱정벌레를 숭배해 1.5m의 대형 진왕소똥구리 석상을 대영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다. 책에는 각종 동물 똥의 특징과 그림, 관련 용어를 정리한 분변학 사전까지 들어있다. 모두가 저자의 빛나는 통찰의 결과물이다. 1만8,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