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1일 발표된 3·4분기의 성장률은 다르다. 수출에 힘입어 지난달 발표됐던 1.4%의 ‘깜짝’ 속보치보다도 0.1%포인트 더 올라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3.2%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10월 속보치 추계 시 이용하지 못했던 9월의 일부 실적자료를 반영한 결과 민간소비(0.8%)와 설비투자(0.7%)가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상승하면서 전체 분기성장률이 0.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분기성장률 1.5%, 과거와 질적으로 달라…“3.2% 성장도 가능”=정보기술(IT) 붐의 한가운데 있던 2000년은 1·4분기(1.7% 성장)와 3·4분기(2.9%)에 고도성장을 했다. 하지만 IT 거품이 꺼지면서 한국 경제는 몸살을 앓았다. 2002년에는 1·4~3·4분기 연속 2% 안팎의 성장을 한다.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발급, 사용 한도 폐지 등에 따른 결과였고 역시 2003년 상반기 한국 경제는 성장이 멈추기도 했다. 이후로도 1.5% 이상의 분기성장을 하는 시기가 있었는데 기저효과였다. 2002년 카드 사태 후의 2003년 하반기의 성장률,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어선 2009년 2·4분기(2.4%)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큰 흔들림이 없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1.5%의 성장률을 ‘서프라이즈’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성장의 배경은 수출이다. 7~9월 3개월 동안 전 분기보다 6.1% 증가해 2011년 1·4분기(6.4%) 이후 6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화학제품·자동차업종의 수출 호조 덕분이다.
3·4분기의 높은 성장으로 올해 4·4분기 성장률이 0.02%만 넘어도 올해 연간 성장률은 3.2%로 올라선다. 0.39% 이상이면 연 3.3%, 0.76% 이상이면 연 3.4% 성장도 가능하다.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소비심리 개선, 11월 수출 두자릿수 증가율 지속, 정부 재정집행률 상향 노력 등이 4·4분기 성장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4년(3.3%) 이후 3년 만에 3%대를 거뜬히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2.4% 늘었다. 성장률 상향 조정, 기준금리 인상, 원화 강세 등 한국 경제 회복 신호에 내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종합적인 물가 수준이 소폭 오르고 원·달러 환율은 낮아지면서 달러 기준 1인당 국민소득에 긍정적인 상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내년 1인당 GNI 3만달러 달성은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반도체 의존도 되레 악재 될 수도=그렇다고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추세적인 경기 회복세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선 ‘슈퍼 사이클’을 탄 반도체 등 일부 수출 업종의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제조업(2.9%) 생산 증가율을 뜯어보면 수출 주력 품목인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은 8.6% 늘어난 반면 비ICT 제조업은 1.5%에 불과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은 속보치 기준 3·4분기 실질 GDP 증가율 3.6% 중 3.4%포인트가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에 의한 것이었다. 3·4분기 성장의 94%가 수출의 과실이었다는 뜻이다.
민간소비와 고용상황이 부진을 지속하며 경제성장의 큰 축인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민간소비(0.8%)는 10월 최장기 연휴를 앞두고도 0%대에 머물렀으며 가계가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행태를 지속하면서 총저축률(36.9%)은 1998년 4·4분기(37.2%) 이후 18년 반 만에 최고치였던 올 1·4분기와 같은 수준이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6년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숫자로 나타난 성장률과 국민 체감 경기 간 괴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졌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수출이 견인한 성장”이라고 평가하면서 “소비지표와 고용 부문이 계속 부진해 3%라는 수치도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운 형태”라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