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결정 비난, 헌법정신에 어긋나" 발끈한 김명수

검찰·정치권, 적폐수사 관련
잇단 구속영장 기각 비판에
"재판의 독립 흔들려는 시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 보내

김명수(왼쪽)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법관 임명식에서 한 신임 법관에게 법복을 입혀주고 있다. /연합뉴스
급기야 법원이 발끈하고 나섰다. 좀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 셈이다.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 결과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건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이념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최근 법원 결정과 판결에 불만을 터뜨리는 검찰과 정치권을 겨냥한 작심 발언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1일 이일규 전 대법원장 서세(逝世) 10주기 추념식에서 “여전히 ‘재판의 독립’이나 ‘법관의 독립’이라는 화두를 마주하는 것은 재판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또는 마치 그러한 영향력이 있는 듯 가장하려는 시도들 때문”이라며 “여론을 가장하거나, 이른바 전관예우 논란을 이용하는 등 재판의 독립을 흔들려는 시도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최근 적폐수사 대상인 주요 피의자의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되면서 정치권과 검찰 등에서 법원을 강하게 비난하는 것을 정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30일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조모씨를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하자 검찰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대법원장의 작심 발언은 최근 법원 판단에 검찰이 연이어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검찰에 보낸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게다가 피의자 석방 결정을 내린 이가 서울중앙지법 내 형사합의·단독 재판부, 영장전담판사를 총괄하는 신광렬 형사수석부장이라는 점에서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 발부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법원과 검찰이 구속수사 등을 두고 ‘부당한 체포’ ‘결정 뒤집기라 이해하기 어렵다’ 식의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갈등이 쉽게 봉합되기는 어렵다는 관전평을 내놓고 있다. 앞서 검찰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잇달아 석방되자 즉각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반박했다. 반면 법원은 구속적부심을 통한 적법한 석방 사례를 수사 방해로 여기는 검찰의 시각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법원 관계자는 “조씨에 대한 법원의 석방 결정은 수사 편의 때문에 긴급체포를 남용한 검찰 수사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김 전 장관 역시 구속 직후 추가 증거 확보 등 사정이 바뀐 점을 감안해 재판부가 석방 결정을 내렸는데 검찰은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법원에 날을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현덕·이종혁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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