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리상으로 보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맞다”면서도 “대기권 재진입, 종말 단계 정밀유도, 핵탄두 소형화 등 기술적 문제가 결합해야만 ICBM이 완성된 단계라고 보는데 전문가 등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완벽한 ICBM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에 대한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한미 간 인식 차이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한미 정상이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이후 두 번째 통화를 했다”며 ICBM이라고 명시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도 문 대통령은 “대륙 간을 넘나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완성된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며 ICBM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은 반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ICBM으로 지칭한 바 있다.
청와대가 ICBM이라고 명명하지 못하는 것은 과거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 발언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 순간을 “ICBM을 완성하고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시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ICBM으로 인정하면 북한과의 대화 등 외교적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될 것이므로 ICBM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청와대는 레드라인 의미 축소에 나서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북 원유공급 중단까지 언급했고 한미·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제재를 하고 있다”며 “레드라인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레드라인을 넘었기 때문에 뭘 해야 하고, 넘지 않아서 뭘 하지 않고의 차원은 아니다”라며 “계속해서 최고의 압박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