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 列傳-미래에셋PE] 국내 자본으로 첫 글로벌 1위 기업 인수...해외서 강한 PE

2004년 국내 최초 사모펀드 출시
고수익낸 1호, 계열사 투자로 비난
2호부터 구조조정 역할하며 호평
아쿠쉬네트선 투자금의 2배 수익
최근 亞 신흥국 헬스케어 등 주목
대형 약국프랜차이즈 투자 계획도



미래에셋자산운용 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 2004년 박현주 신화를 등에 업고 국내 최초로 사모투자펀드(PEF)를 만들며 화려하게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박 회장은 ‘다음’ 투자로 번 1,000억원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창업한 뒤 사내 사모펀드 팀에 있던 각계 고수들을 모아 미래에셋 PE를 만들었다. 미래에셋 PE 개국 공신 중에는 유독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직후 경험을 쌓은 LG그룹과 산업은행 출신들이 많았다는 게 특징이다.

1호 펀드는 LG그룹 인수합병팀과 GS건설(006360)을 거친 송승욱 대표를 필두로 산업은행 출신의 박두순 상무가 도왔다. 현 유정헌 미래에셋 PE 대표도 산은 출신으로 2009년부터 합류했다. 1호 펀드를 주요 운용했던 약 10명 남짓. 그 중 한 명인 이상준 과장은 이후 박현주 회장을 대신해 자산운용의 사내이사가 되고 올해 인사에서는 자산운용 전체의 리스크 관리 부문장까지 올랐다.

인수합병(M&A) 시장의 스타플레이어들이 모였지만 기업을 사서 가치를 높여 되파는 PEF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탓일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첫 번째 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냈지만 운용 성과보다는 시장에서 그저 얻은 수익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미래에셋PE는 1호 펀드 자금 1,400억원의 절반을 계열사인 미래에셋캐피탈에 투자했고 미래에셋캐피탈은 자기 주식을 비싼 값에 되사면서 1,200억원을 안겨줬다. 미래에셋 PE가 203억원을 투자해 635억원에 포스코에 판 성진지오텍도 지금에 와서는 인수를 결정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부실기업을 과도한 가격에 사서 그룹을 위기에 빠트렸다는 비난을 들으며 빛이 바랬다. 그나마 기업 구조조정의 방편으로 피혁 업체 신우에 257억원을 투자해 349억원을 회수한 점은 제대로 평가를 받았다.


두 번째 투자부터는 구조조정에서 역할을 확대하며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또 다른 토종 PE인 IMM PE와 손잡고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두산의 비주력 사업이 된 방산·패스트푸드·캐피털·병뚜껑 자회사 지분을 7,808억원에 인수했다. 이질적인 조합이었던 탓에 회수금은 투자금에 살짝 못 미치는 아쉬운 실적을 냈지만 PE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처음 공적자금이 투입되거나 해외 먹튀 논란 없이 대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미래에셋 PE는 투자자 사이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났던 웅진(016880)그룹 투자에서도 전화위복을 이뤄냈다. 웅진그룹의 태양광 사업부인 웅진폴리실리콘에 2009년 1,000억원을 투자했다가 웅진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미래에셋 PE는 투자금을 전부 날릴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을 깨고 법정관리 조기 졸업으로 현금과 주식으로 최소 1,300억원을 돌려받았다. 당시 웅진그룹은 코웨이·웅진식품 등을 매각하며 회생할 수 있었는데 이들을 사들인 쪽은 MBK파트너스와 VIG파트너스 등 PE였다. 5년 전 미래에셋 PE가 뿌린 PE 주도 구조조정이 수익률로 보답한 셈이다.

미래에셋 PE의 최대 히트작은 2011년 글로벌 1위 골프용품 회사인 아쿠쉬네트 인수다. 국내 자본 중에서는 처음 나이키 등과 인수 경쟁을 벌여 글로벌 1위 기업을 산데다 휠라·국민연금 등 국내의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짜임새 있는 투자 구조를 만들며 글로벌 PE와 겨뤄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거래에 참여한 국민연금은 1,000억원을 투자했다가 2,000억원을 벌어 갔고 미래에셋 PE도 잔여지분 12%까지 블록딜로 매각하며 투자금의 두 배를 벌었다. 휠라 코리아에서 출발해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한 윤윤수 휠라코리아(081660) 회장이 미래에셋 PE 등의 재무적 투자분을 인수했고 뉴욕 증시 상장으로 나머지 자금도 회수할 수 있었다.

큰 성공 이후 미래에셋 PE는 더욱 조심스럽다. 아홉번째 결성한 펀드는 2년 만인 올해 5월 첫 투자로 차헬스케어에 1,100억원을 투입했고 지난달 서울공항리무진 지분 80% 인수에 800억원을 썼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만 공격적인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주목하는 것은 아시아 신흥국의 중산층 성장이 헬스케어에 미치는 영향이다.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영리법인이나 아직 자리 잡지 않은 대형 약국 프랜차이즈에 투자하겠다는 게 미래에셋의 다음 목표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