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종투사)의 기업 신용공여(대출) 한도를 현재보다 2배로 늘리는 개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 국내 중소기업 대출을 가운데 둔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개정안이 종투사의 기업 대출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탓에 저축은행은 물론 시중은행까지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일 전체회의를 열고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투사의 기업 신용공여 한도를 현행 100%에서 200%로 확대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현재 종투사는 기업과 개인(신용융자, 주식담보대출 등) 대상 신용공여를 모두 합쳐 자기자본 규모까지만 제공할 수 있는데, 개정안은 기업 신용공여를 별도로 떼어 내고 그 한도도 자기자본 만큼으로 늘렸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이 개정안은 올해 3월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한도 확대 시 건전성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이견에 부딪혀 합의에 이르지 못하다가 9개월 간의 진통 끝에 결국 가결됐다.
다만 대출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제한했다. 정무위가 논의 끝에 혁신형 기업과 모험 자본 육성이라는 종투사 정책의 취지에 맞게 단서를 단 것이다. 개정안은 조만간 개최되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본격 시행된다.
이렇게 되면 저축은행과 시중은행까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최초로 출범한 미래에셋대우·NH투자·한국투자·삼성·KB증권 5개 초대형 투자은행(IB)와 자기자본 3조원이 넘어 종투사로 지정된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의 자본금을 모두 합하면 31조4,030억원(올해 9월 기준)인데, 이 같은 대출 여력을 가진 증권업계가 조만간 중소기업 대출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중소기업대출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25조2,3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가량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심화할 전망이다. 저축은행이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적용 받아 가계대출 취급 비중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630조원(올 상반기 기준)을 넘어 종투사보다 훨씬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시중은행이 가계대출에 집중했다는 점이 가계부채 문제 악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 만큼 기업 대출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다, 정부가 자금 순환을 위해 중소기업 대출 확대로 시중은행을 유도하고 있다. ‘중소기업 고객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이 종투사의 기업 대출 대상을 신생기업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