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트럼프 감세법안 가결…31년만에 최대 규모 / (AP)연합뉴스
취임 후 최대 입법 전쟁의 승리를 눈앞에 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누구도 대적할 수 없게 됐다”며 한껏 고무됐고 민주당은 부자 감세로 재정 적자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 상원은 2일(현지시간) 마라톤 협상 끝에 법인세 대폭 인하를 핵심으로 하는 감세안을 찬성 51 대 반대 49로 가결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의 감세안이 국가 부채만 늘려 결국 서민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상원 48명 전원이 반대했지만 공화당에서 반대가 1표에 그치며 무릎을 꿇었다.
상원 감세안은 핵심인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20%로 대폭 낮추는 것은 하원과 같지만 시행 시점이 하원보다 1년 늦은 오는 2019년으로 양원 협의회의 조율이 필요하다. 또 개인 소득세의 과표 구간과 이에 따른 세율에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소득세 감세 규모는 크지 않아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역점을 둔 세제개혁이 입법 9부 능선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특히 상원 감세안에만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해 현행 건강보험제도인 ‘오바마케어’에서 의무가입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 가장 큰 차이를 보이지만 공화당 하원의원 대부분이 이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가입 조항은 오바마 케어의 근간 중 하나여서 폐지가 확정되면 그간 오바마 케어 폐기를 추진하다 실패만 맛본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안 처리와 함께 또 하나의 정치적 승리를 동시에 쟁취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의회 휴회일을 미루고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입법을 마무리해달라고 공화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입법 연기나 좌절 가능성이 대두됐던 감세안이 최대 난관인 상원을 통과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2020년 대선자금 모금행사에 참석해 “그 누구도 우리를 대적할 수 없다”고 연임을 자신하며 “이번 감세안은 역대 최대 규모”라고 홍보했다.
의회예산국과 공화당은 법인세를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의 세수가 줄어 1980년대 중반 레이건 행정부 이후 31년 만에 최대 감세안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수 감소에는 경기 부양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는 고려하지 않았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감세안 통과에 대해 “미국을 더 경쟁력 있게 만들 기회를 얻게 됐다”며 “일자리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중산층에 대규모 (세금) 경감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행 미국의 법인세율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아 미국 기업이 부가가치가 낮은 사업들을 해외로 이전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줬다. 아울러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법인세율이 절반에 가까운 20%로 대폭 인하되면 외국인 투자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감세에 비판적인 경제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감세안이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경기 호전에 따른 세수 증가 효과도 미미할 경우 3~4년 후 국가부채의 이자 증가 및 재정 적자 확대로 미 경제가 다시 한번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새 법안은 양원 협의회가 단일안을 마련한 뒤 양원 통과를 거쳐 대통령 서명이 이뤄지면 법률로 공표된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