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회 ‘개헌 발언대’, 하루 평균 5명 참여…개헌 논의 공전으로 연장 운영

영상 녹화 자유발언, 세 달간 총 416명 참여
실효성 낮은 운영방식에 성과 부실
3월까지 연장 운영하는 방안 추진 중

9월 정기국회 개막일인 지난 9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마당에서 열린 개헌 자유발언대 ‘응답하라 1987, 개헌 나도 한마디’ 제막식 및 시연행사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이주영 개헌특위 위원장, 여야 지도부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야심작인 ‘국민 개헌 자유 발언대’에 세 달 동안 단 4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국회가 국민들의 개헌 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실시한 사업이지만 그 실효성이 낮아 전시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작 국회 내에서 개헌 논의가 공전됨에 따라 개헌발언대를 국회 헌정기념관으로 옮겨 연장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개헌특위는 지난 9월 국민 의견을 개헌 논의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국회 잔디밭에 개헌 발언대를 설치했다. 운영 기간은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로, 개헌에 관심이 있는 국민은 부스로 들어가 카메라 앞에서 개헌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는 방식이다.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까지 참석해 성대한 제막식을 치렀지만 성과는 부실했다. 본지 취재 결과 개헌특위 측은 총 4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으며 세 달 동안 총 419명이 영상 녹화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헌 발언대 설치비, 운영비, 인건비 등 총 소요 예산을 묻는 질문에 개헌특위 측은 “계속 집행될 사업인데 공개하면 진행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저희 입장에서 실적이 그리 높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래도 아직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국회 사무처 측은 이와 관련해 “유사한 사례인 서울시청 내 시민발언대보다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면서 “주제가 개헌으로 제한된 점을 감안하면 참여도가 낮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근본적으로 개헌 발언대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유동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국회 잔디밭에서 동영상 촬영을 통해 개헌 의견을 내는 방식 자체가 실효성이 낮다는 지점에서다. 게다가 현재 내부적으로 연장 운영 입지로 논의되고 있는 헌정기념관은 실내이기에 방문객이 아니면 사실상 참여가 힘들다.

부실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개헌특위 측은 개헌 발언대를 헌정 기념관으로 이전해 연장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개헌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개헌특위는 지난 1년간 개헌 논의가 소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져 전체 위원들이 주요 쟁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집중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개헌의 핵심으로 꼽히는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의견 접근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정부 형태에 대한 개념 정의를 두고도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개헌특위 관계자는 “애초 12월에는 (개헌특위) 기초소위에서 개헌안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행이 늦어졌다”면서 “내년 3월 초 정도까지는 연장 운영하자는 입장이 강해서 그렇게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회 사무처 측은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연장 운영 대신 전시 목적으로 이전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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